마흔을 앓다가 나를 알았다 - 이 시대를 사는 40대 여성들을 위한 위로 공감 에세이
한혜진 지음 / 체인지업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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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서, 자식으로서, 엄마로서 겪는 마흔 체험기 <마흔을 앓다가 나를 알았다>. 방송작가로 오랜 세월 일하다 이후 엄마의 삶을 살게 되면서 육아와 자기성장의 고민을 담은 책을 쓰고 있는 한혜진 저자. 미세스찐이라는 필명으로 블로그와 카페 운영을 하면서 엄마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위로와 공감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마흔을 앓다가 나를 알았다>에서는 이 사회가 요구하는 생애주기대로 살아온 저자의 이야기 속에서 엄마들의 마흔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참 애매한 나이 마흔. 젊은 날 꿈꾸었던 마흔은 어땠는지 기억을 더듬어봅니다. 이룬 게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이룬 것은 부족한 40대라는 걸 깨닫게 되자 마음은 더 싱숭생숭해집니다.


우아하고 당당한 삶을 살 거라 믿었지만 마흔 이후 지금의 삶은 나이만큼이나 참 애매합니다. 무엇보다 타고난 것들이 마흔쯤되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변화가 일어납니다. 신체적 노화를 인지하기 시작하는 때이니까요.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화한다는 말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게 됩니다.


저는 책을 읽다가 초점이 안 맞는 노안 현상이 몇 년 전에 드디어 시작되더군요. 평생 써왔던 안경을 벗으니 책을 가까이서 읽을 때 초점이 맞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관리가 중요하다지만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변화는 결국 오기 마련이네요.


나이가 들어도 설레며 사는 삶. 스스로 부족하다는 걸 알아도 우리는 행복해지고 싶어 합니다. 저자의 경우 방송작가로 일을 했었지만 30대 후반쯤에 자신의 길을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100세 시대 평생 현역으로 살아가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육아와 살림에 집중하는 사이 사적인 내가 사라지더라고 합니다. 이제는 공적인 나 대신 잃어버린 사적인 나를 되찾아야 할 시점입니다. 이런 고민을 하기 좋은 때가 바로 마흔 무렵인 것 같아요.


여자로서 경험하는 일들은 아이도 남편도 오롯이 공감해 주지 못합니다. 비공감의 일상화에 빠져버린 여자들. 여자에게는 여자만 겪는 변화를 누군가와 셰어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내색하지 않을 뿐 많은 여성들이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이죠. 저자는 수치스럽게 느껴졌던 일도 솔직 담백하게 끄집어내고 있습니다. 다들 그렇더라는 공감대를 깨닫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됩니다.


"엄마로 살다 보니 내가 공감해 줘야 할 대상은 여럿인데, 정작 나를 공감해 주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 마흔을 앓다가 나를 알았다 





나이가 들면 친정엄마와의 대화도 뜻밖의 깨달음을 안겨 줍니다. 어렸을 때 생각했던 엄마의 속마음을 뒤늦게서야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나중에 우리 아이는 나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할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맨날 책 택배 포장 뜯던 엄마?)


저절로 살아지는 대로 살아왔다면 단 1%라도 의도적으로 살아보자고 응원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저절로 얻어지는 건 나이와 노화뿐입니다. '일부러' 해보는 일을 찾으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내려놓음을 엉뚱한데 쓰지 말자는 의미이지요.


오직 나다움을 고려한 꿈을 꿔도 좋을 나이 마흔. <마흔을 앓다가 나를 알았다>를 읽으며 나는 어떤 사람으로 평생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됩니다. 아이를 키워낸 근성과 인내심이 있으니 엄마이기에 갖출 수 있게 된 무기가 생긴 셈입니다.


이 책은 아이가 있는 40대 기혼 여성이 쓴 책인 만큼 마음만은 독립의 의지를 불태우는 아이와 여전히 남의 편인 남편을 둔 여성이라면 공감할 포인트가 무척 많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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