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 1~2 세트 - 전2권
스티븐 킹.피터 스트라우브 지음, 김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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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에 원서 출간된 후 국내엔 해적판으로 알음알음 입소문 났었던 그 책이 드디어 정식 출간되었습니다. 세계적인 공포 스릴러 두 거장의 협업으로 탄생한 소설이라는 것 자체만으로 화제를 모으며 사랑을 받았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오랜 세월 영화화를 위해 공을 들였고, 마이크 바커 감독에 의해 영화화 제작 중에 있다고 하니 이제 영화 나올 날만 기다리면 되겠네요.


킹옹님의 명성이야 말할 것도 없고, 피터 스트라우브는 대표작 <고스트 스토리>가 절판이 된 상태라 국내에선 덜 알려진 작가이긴 하지만 스티븐 킹과 함께 미국 호러 소설계를 이끈 거장이라고 합니다. <부적>은 스티븐 킹의 초자연 공포물을 청소년 주인공 버전으로 만나는 느낌인데, 킹옹의 초창기 공포물 버전 좋아한다면 반가운 작품일 거예요.


이 소설은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모티브로 삼아 주인공 잭 소여가 미국을 횡단하며 겪는 흥미진진한 모험을 다룬 소설입니다. 톰과 허클베리 두 소년처럼 잭 소여는 친구 리처드와 함께 목숨 잃을 위기를 숱하게 겪으며 단순한 모험을 넘어 그야말로 살벌한 생존기를 보여줍니다.


B급 영화배우의 여왕으로 활약하다 이제는 암으로 죽어가는 어머니와 함께 도망치듯 미국 동부 휴양지로 온 잭 소여. 생전 아버지와 오랜 시간 동업한 모건으로부터 쫓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사망 이후 함께 해온 사업체를 꿀꺽 삼키고 있는 데다가, 잭의 후견인이 되어 주기로 했던 든든한 아빠 친구도 의문사하면서 잭과 어머니는 모건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요즘 잭에게는 이상한 일이 자꾸 생깁니다.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닌 것들을 자주 환상으로 보고, 의문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백일몽을 꾸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그 백일몽에 나온 장소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우리에게 물리학이 있다면 저쪽 세계에는 마법이 있지."- 부적 1권 중


우연히 만났지만 강력한 끌림을 받은 스피디 할아버지에게서 그 정체를 듣게 됩니다. 그곳은 '테러토리'라고 불리는 저쪽 세계인 겁니다. 머리가 둘인 앵무새, 하늘을 날아다니는 날개 달린 인간, 늑대로 변하는 인간, 여왕이 있는 그곳이 백일몽이 아닌 실제라니. 테러토리는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입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건 그 세계에는 자신과 닮은 트위너가 살고 있고, 어느 쪽 세계이든 한 쪽이 죽으면 다른 쪽도 죽는다고 합니다. 지금 저쪽 세계는 오염되고 있고 아픈 여왕의 병세가 불투명합니다. 여왕 대신 권력을 차지하려는 악의 무리가 도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되려면 죽어가는 여왕의 트위너는 바로 잭의 엄마라는 걸 짐작할 수 있지요.


스피디 할아버지는 잭이야말로 여왕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크리스털 공처럼 생긴 부적을 찾으면 다 해결된다고 합니다. 부적을 찾기 위해 묘한 물약을 마시면 테러토리로 순간이동해야 하는데, 나중에는 물약의 도움 없이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습니다. 잭은 아픈 엄마를 살리기 위해 결국 테러토리로 향합니다.





<부적>은 잭이 부적을 찾아 헤매는 세 달 가량의 기간을 다룹니다. 그 사이 얼마나 많은 일들이 생기는지 이건 영화 한 편으로 끝낼 수 있는 분량이 아니겠던걸요.


용기내어 테러토리로 갔지만 그 용기는 1그램도 안 되는 얄팍한 용기였습니다. 처음엔 두려움에 가득 차 겁쟁이 같은 모습을 보이는 잭. 향수병이 생긴 데다가 자기연민에 빠지기 일쑤입니다. 전기도 없고 이상한 언어로 말을 하고, 괴생명체가 득실득실한 테러토리는 영 적응이 안 됩니다.


하지만 죽을 뻔한 위기를 겪으며 잭은 조금씩 성장합니다. 완전히 바닥까지 무너져 내리고 다시 올라오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나약한 자신을 이겨내고 있었습니다. 스토리에 푹 빠져들다가 '어찌 애한테 이토록 심한 고난을!' 하며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스티븐 킹과 피터 스트라우브 조합을 잊으면 안 됩니다. 긴장하며 읽어야 할 정도로 고난의 수준이 장난 아닙니다. 기괴한 공포를 선사하는 묘사는 역시나 찰집니다.


잭을 쫓아오는 모건 역시 테러토리의 존재를 알고 있습니다. 이미 저쪽 세계를 오가고 있었어요. 무슨 꿍꿍이가 있는건지 쉽게 비밀을 들려주질 않네요. 잭이 부적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들과 모건의 비밀을 밝히는 여정이 다이내믹하게 전개됩니다. 그 과정에서 모건의 아들 리처드를 끌어들여 함께 하는 여정은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닮았습니다.


그저 심장 쿵쾅거리게 만드는 모험만 있는 게 아니라 늑대와 인간을 오가는 테러토리의 울프와의 인연은 짠한 감동까지 안겨줍니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개성 넘쳐 악인도 매력적일 정도였어요. 모든 상황을 꿈인척해버리는 능력이 탁월해서 독자를 답답하게 만드는 리처드도 어찌보면 배꼽 잡을만한 캐릭터입니다.


시련을 이겨내는 성장물, 선악 대결이라는 뻔한 구조 속에서도 다양한 배경에서 빵빵 터지는 사건들과 두 작가의 미스터리 공포 맛을 듬뿍 담아 결말까지의 과정을 예상하기 힘들게 한 소설 <부적>. 사악한 어른 (때로는 어른만큼이나 사악한 또래) 세계에 맞선 잭과 긴 여행을 함께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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