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크 - 운명을 가르는 첫 2초의 비밀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무열 옮김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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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든지, 서두르면 일을 망친다는 말은 조심스럽고 신중한 결정을 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우리 뇌는 익숙한 의식적 전략을 쓰는 영역 외에도 의식의 표면 아래에서 작동하는 영역이 있습니다. 직관이라는 표현으로 말하기도 하는 찰나의 판단, 첫인상 같은 것 말입니다. <블링크>는 바로 그 첫 2초의 순간을 이야기합니다.


모든 선택지를 두루 검토할 시간이 없을 때 극소량의 정보를 토대로 매우 민첩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적응 무의식'. 우리가 보통 직관적으로 판단할 때입니다. 의식적인 의사결정만큼이나 순간 포착의 힘을 발휘하는 경우는 많지만, 이 역시 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무의식은 강력하나 오류에 빠지기 쉽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언제 자신의 본능을 믿고, 언제 경계해야 할까요. 게다가 이 순간적 판단은 갈고닦을 수 있는 능력이라고도 합니다. 논리보다 빠르고 정확한 직관의 비밀, <블링크>에서 만나보세요. 말콤 글래드웰이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려줍니다.


관심을 집중하는 사이 우리의 무의식은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체질하듯 세심히 살펴 관계없는 것들을 걸러냅니다. 의외로 우리는 이런 일에 능숙합니다. 말콤 글래드웰은 이를 '얇게 조각내기'로 표현합니다.


나를 전혀 만난 적이 없는 상태에서 겨우 20분간 나에 대해 고민한 사람들이 수년 동안 나를 알고 지내온 사람들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 수도 있다는 것. 사실 선뜻 믿기진 않지만 진실은 믿을 만한 결론이라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뭔가를 재빨리 파악할 필요가 있거나, 새로운 상황에 마주칠 때 얇게 조각내어 관찰합니다. 단 1초나 2초라도 매우 얇은 조각의 세세한 면에 조심스럽게 주의를 기울일 경우 엄청나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 많다고 해요.


얇게 조각내어 관찰하기가 얼마나 놀랄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여러 사례로 보여줍니다. 물밑 정황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우리의 능력 덕분입니다. 하지만 신속한 인식의 어두운 면도 분명 있습니다. 수많은 편견과 차별의 뿌리에 그 해답이 있다고 합니다. 신속한 인식이 우리를 빗나가게 하는 상황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인종주의자, 자기혐오증에 빠진 사람이 아닌데도 무의식적으로 인종이나 성별 같은 문제에 대한 태도가 자리 잡고 있는 겁니다. 미처 생각할 시간을 갖기도 전에 불쑥 튀어나오는 즉각적이고 자연발생적인 연상 테스트에서는 종종 공식 표명한 의식적 가치와 완전히 모순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는 걸 저자 본인도 직접 테스트를 하며 경험했다고 합니다.


무의식적 차별처럼 의식 바깥에서 진행되는 오류는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까요. 첫인상은 우리의 경험과 환경에서 생성됩니다. 이는 그 인상을 형성하는 경험들을 변화시킴으로써 얇게 조각내어 관찰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삶의 변화가 필요한 거죠.


가진 정보가 많을수록 더 나은 결정을 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눈 한 번 깜박이는 동안의 순간적 판단이 이성적인 분석 작업만큼이나 가치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 <블링크>. 그걸 알긴 아는데 어떻게 아는지 모를 때 무의식적으로 짚어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 호기심을 풀 수 있는 책입니다. 순수한 순간 포착의 시간을 신중하게 살필 때 일어날 수 있는 장점을 잘 보여준 블라인드 채용 사례도 등장합니다.


더불어 순간적이고 불가사의한 착오로 인해 언쟁, 불화, 오해, 반감을 낳는 착오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도한 각성 상태는 마음의 눈을 멀게 한다는 걸 숱한 경찰 총격 사례를 통해 알려줍니다.


기존에 알던 통념과는 전혀 반대의 견해가 나와서 놀라웠습니다. 즉각적이고 사소한 문제를 다룰 때 순간적 판단이 최고라고 여기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오히려 분석하고 선택할 문제가 복잡해지기 시작할 때 무의식적 사고 과정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이죠.


결국, 좋은 결과를 내는 의사결정은 신중한 사고와 본능적 사고의 균형에 달려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블링크>. 복잡한 문제일수록 단순한 요소들로 분해하는 능력도 키워야 하고요. 중요한 건 내 판단의 강점과 약점을 인지하도록 도와준다는 거예요. 순간 포착의 교훈을 여러 방면에서 짚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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