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의지할 곳 없이 깊은 외로움에 시달리는 현대사회의 모든 이에게 반드시 필요한 소설'이라는 호평과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굿리즈 초이스 어워드 2019 베스트 소설상을 수상할 정도로 사랑받은 소설이어서 저도 일단 기대치가 높은 상태에서 읽게 되었는데 기대를 충족하는 멋진 소설이었어요.


멸종 위기 조류 전문가로 활동했던 이력의 작가답게 소설 <숲과 별이 만날 때 (Where the Forest Meets the Stars)>는 새 둥지를 연구하는 암 생존자 조를 중심으로 숲속을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그 아이는 요정이 버리고 간 아이일지도 모른다. #첫문장


현장에서 연구하는 시즌을 맞이하여 숲속 산장에서 머물며 조류를 연구하는 대학원생 조. 어느 날 여덟 아홉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가 맨발로 나타납니다. 인간의 몸을 한 외계인이라 주장하는 아이는 계속 조의 근처에 머무릅니다. 경찰에 신고를 해봐도 귀신같이 눈치채고 도망치기 일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먹이고 재워주게 되는데.


집으로 돌아가라고 해도 이 몸의 주인은 이미 죽은 아이라며, 돌아갈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게다가 다섯 개의 기적을 보기 전까지 지구에 머물러야 한다니 이것 참 대략 난감할 뿐. 다섯 개의 기적은 자신을 감동시키는 일들이라면 된다고 해요.


아이를 데리고 새 둥지를 관찰하러 나갔다가 아이는 첫 번째 기적을 만나게 됩니다. 유리멧새의 갓 부화한 아기새를 만난 겁니다. 근처 농장에서 사는 게이브의 도움으로 두 번째 기적도 금세 만납니다. 고양이가 새끼를 낳은 거예요. 아이는 갓 태어난 아기 고양이들에게 직접 이름을 지어주기도 합니다.





<숲과 별이 만날 때>에서는 세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엄마를 암으로 잃고 자신은 암에서 간신히 회복했지만 여성성을 잃어 불완전하다고 생각하는 조, 몸에 멍투성이인 채 나타나 자신을 외계인이라 말하며 비밀을 안고 있는 아이 얼사, 신경쇠약으로 학업도 포기할 정도로 불안 증세를 앓고 농장에서 어머니를 돌보는 게이브. 세 사람이 얽히고 설킨 관계를 이루며 몇 주를 보냅니다.


함께 둥지 찾기에 열중하기도 하면서 셋이서 함께하는 생활은 어느새 익숙한 하루하루가 되어 버립니다. 어쩌면 정말 아이는 먼 별에서 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 정도입니다.


얼사가 폭우 속에서 다치는 상황도 겪지만 아이는 좋은 일이 일어나게 만들 수 있다며 세 번째, 네 번째 기적을 만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생각 이상으로 서로에게 깊이 빠져드는 걸 경계하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가 서로를 온전히 바라봐 주는 사람이 되어줍니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을 두려워하던 조와 게이브의 변화 여정은 얼사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겠죠. 동정이나 위로보다 더 중요한 건,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원하는 마음이라는 걸 담담히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들 앞에는 여러 난관이 놓여있습니다. 바깥세상과 공존하며 살아야 하는 조의 삶에 게이브가 함께 할 수 있을까요. 자신을 외계인이라 말하지만 깊은 비밀을 간직한 얼사는 도대체 어떤 아이일까요. 얼사는 다섯 번째 기적을 만나면 정말 이곳을 떠나는 걸까요.


상실감, 좌절을 안고 포기하듯 감내하며 살아온 그들의 삶은 얼사라는 아이를 만나면서 변하게 됩니다. 자신도 미처 몰랐던 안전한 둥지를 바라는 희망을 서로가 서로에게서 발견하게 됩니다. 소설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희망고문이 아니라 이해와 용서의 여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어 읽다 보면 저마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소설 <숲과 별이 만날 때>. 힐링 소설이란 진정 이런 소설에게 붙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