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체인
에이드리언 매킨티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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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엑스맨> 제인 골드먼 각본으로 영화화 확정되었다는 원작 소설 <더 체인>은 최고의 선택이었어요. 스티븐 킹의 "추진력 있고 독창적이다"라는 추천사도 홍보 멘트를 넘어 정말 공감했거든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디까지 악몽 같은 일을 할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 <더 체인>. 미국 최고의 추리소설상 에드거상 수상 작가 에이드리언 매킨티의 야심작입니다.


"소녀는 버스 정류장에 앉아 '좋아요'를 받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확인하느라, 총을 든 남자가 바로 옆에 다가올 때까지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 더 체인 


암을 이겨내고 회복 중인 싱글맘 레이철에게 걸려온 의문의 전화 한 통은 순식간에 일상을 무너뜨립니다. 열세 살 딸 카일리가 납치된 겁니다. 첫 번째 전화는 음성 변조한 목소리로 잠시 뒤 올 전화를 받으라는 의미심장한 멘트를 날린 전화였는데, 두 번째 전화는 정말 기이합니다. 자신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카일리를 납치했다는 겁니다. 레이철이 일을 그르치면 레이철의 딸은 물론이고 자신의 아들도 죽을 거라고 합니다.


자신의 아들도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게 납치당한 상태라며, 중요한 건 레이철도 표적을 골라서 그 사람이 사랑하는 한 사람을 납치해야 한다고 합니다.


피해자가 몸값을 낸 다음, 규칙을 깨지 않을 사람을 골라서 또 납치를 해야 하니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겁니다. 이것이 체인입니다. 이 체인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레이철이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닙니다. 규칙만 지켜진다면 명령대로 행했을 때 자신의 아이는 무사히 돌아옵니다. 납치된 아이를 구하기 위해 필요한 건 다할 수 있는 부모의 마음을 건드리면서 체인은 쭉 이어져 왔습니다.


레이철은 결국 표적을 물색하기 시작합니다. 일거수일투족을 업데이트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살펴보면서 말이죠. 스스로도 어떻게 이런 생각을 척척해낼 수 있는 건지 의아할 정도로 레이철은 아드레날린이 솟구칩니다. 카일리와 평소 사이가 좋았던 전 남편의 형에게 도움을 받아 가면서 납치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레이철. 하루가 채 지나가기 전에 정말 많은 일들이 생깁니다.


한편 납치된 카일리는 카일리대로 탈출 시도를 하려고 애씁니다. 말썽 안 부리고, 착하고, 겁에 질린 아이인 척하는 걸 보니 똑 부러지는 성격이더라고요. 대신 독자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해 죽겠습니다.


"저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운이 좋은지 전혀 모르고 있다. 거울의 반대편이 얼마나 끔찍할 수 있는지 저들은 하나도 모른다." - 더 체인 


한번 체인에 소속되면 영원히 이어진다는 것, 체인 조직 시스템은 남은 평생 동안 벗어날 수 없는 압박감을 안겨줍니다. 어디서건 감시를 당하고 아이가 돌아온 이후에도 맘 놓을 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체인 조직 시스템을 만든 범인은 누구인지,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레이철은 체인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심장 쫄깃쫄깃하게 하는 구성입니다. <더 체인>의 1부는 딸이 납치되면서 새로운 아이를 납치해야 하는 레이철에 집중한다면, 2부에서는 체인 시스템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범인의 심리를 묘사하는데 집중합니다.


체인에서 완벽하게 벗어나기 위해 체인을 파헤치려는 레이철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미궁을 탈출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아리아드네와도 같습니다. 가느다란 실타래를 목숨줄 삼아 미궁을 벗어났듯 체인 시스템을 탈출하려는 여정이 긴박하게 이어집니다.


<더 체인>은 2012년 멕시코시티 피해자 교환 납치라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 삼았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어떤 일이든 충분히 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나에게 그런 일이 닥친다면 과연 거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공감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체인의 연결고리를 과연 끊을 수 있을지 흥미진진하게 마지막 장까지 읽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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