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따위, 잊고 살랍니다 - 지금 이 순간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마음의 주문
시모주 아키코 지음, 권영선 옮김 / 이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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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값도 못하고", "나이에 안 맞게", "이미 늙어버렸으니까". 무의식적으로 나이의 편견에 사로잡히고, 스스로 자신을 옭아매기도 하는 '나이'. 나이로 알 수 있는 것은 사람의 내면이 아닌데도 우리는 나이의 영향을 받습니다.


누군가는 우월감의 빌미로, 누군가는 동정의 시선을 갖게 하는 나이. 상대방 나이를 아는 순간 내 마음의 미묘한 변화를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는데, 시모주 아키코 저자의 말을 들으니 아하! 싶더라고요. (그러면서 또 저자의 나이가 궁금해집니다만.)


관공서에 기록되어 있는 외적 나이가 뜻밖의 방해가 된 적이 더 많지 않던가요. 연령 제한이라든지 적령기 같은 것들에 익숙한 상태입니다. 특히 일을 빼앗는 것은 빨리 죽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건강하고 수입이 보장되어 있어도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인 만큼, 어느 날 갑자기 죽기라도 한다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노인에게는 임대도 제대로 안 해줍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는 거냐는 저자의 물음은 관성적으로 익숙해진 그간의 사고방식을 깨뜨리는 데 도움 됩니다. 저자는 자신이 만들어낸 '내적 나이'에 집중하자고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나이의 영향을 받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라떼는 말이야를 달고 살거나 나이 때문에 체념하는 건 피해야 하지 않을까요.


마흔여덟 살부터 시작해 12년간 했던 클래식 발레 덕분에 아직 몸이 곧게 펴져 있다는 시모주 아키코 저자는 여든둘이라는 나이에 이 책을 출간했습니다. 여든둘이라는 숫자에 묶여 있다고 생각하면 서글퍼지는 게 사실입니다. 보험증엔 후기 고령자라고 쓰여 있지만 남에게 민폐 끼치지 않으며 스스로 나이를 잘 먹어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일을 하고 싶고, 어딘가에서 자기를 계속 필요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 듭니다.


"그 사람이 가진 마음의 나이,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자신만의 나이가 분명 있습니다." - 나이 따위, 잊고 살랍니다. 



NHK 아나운서 출신인 저자는 20~30대 시기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충만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당당히 말합니다. 당시엔 인형극의 주인공처럼 살기도 했고, 사랑과 일에 흔들리기도 하면서 인생을 배우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이 더 청춘에 가깝다고 합니다. 끝없는 고민, 출구 없는 우울감에 사로잡혔던 시절을 뒤로하고 이제는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것을 실천하며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춘의 의미를 새롭게 일깨웁니다. (언젠가부터 청춘이라는 단어가 암흑기를 의미하는 게 되어버렸을까요.)


저자는 환갑 때 지인들을 초대해 거창하게 파티를 한 것을 끝으로 더 이상 나이에 연연해하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내적 나이는 여전히 60살인 겁니다.


현실의 객관적인 나이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인정하면서도 그것에 지지 않는 주관적인 나이를 갖는다는 것 자체에 의미 있음을 알려주는 책 <나이 따위, 잊고 살랍니다>. 내적인 경험이 쌓여 있어 울림을 주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노년 시기에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는구나 하며 이해하게 된 점도 많았어요. 특히 다른 사람이 관리하려 드는 게 제일 싫다고 하는 저자의 말에 나이 상관없이 독립된 나를 꿈꾸는 인간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이렇게 타인의 책을 통해 내 부모님도 가졌을 법하지만 정작 자식에게는 얘기하지 않는 그런 것들을 하나씩 배웁니다.


나이에 맞춰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게 아닌, 자신의 삶의 방식에 맞춰 자신의 나이를 마음대로 선택하면 된다는 <나이 따위, 잊고 살랍니다>. 나이를 핑계로 머뭇거리는 일이 생길 때면 "얼마 안 남은 저의 시간은 제가 알아서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라며 담백하고 쿨하게 지르는 저자의 말을 떠올리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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