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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을 읽는 이유 - 기시미 이치로의 행복해지는 책 읽기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7월
평점 :
또 독서법 책인가하고 식상해하다 놓쳤으면 후회했을 뻔! 고미 후미타게와 함께 쓴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 저자 기시미 이치로의 책이라고 해서 읽어봤는데, 읽어가면서 호감도 급상승했어요. 한국어 원서로 읽었다는 김연수 작가의 책을 인용한 부분 무척 많이 나와요. 몇 줄만 읽어도 생각할 게 많고 너무 재미있다면서 곳곳에 김연수의 문장을 인용해 독서론을 들려줍니다.
<미움받을 용기>에서 소설가를 꿈꾸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좀처럼 작품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젊은 친구의 모델이 바로 저자 본인이라고 해요. 그만큼 책 읽기를 평생 실천해온 저자 기시미 이치로의 책 <내가 책을 이유>.
철학을 전공하고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한 저자의 책답게 독서론에 관한 이 책에서도 철학을 배우던 시절에 읽은 책 이야기와 아들러 심리학의 이론을 독서에 연계한 부분이 나와서 일반적인 독서법 책과 결이 다른 느낌이에요.
저자는 책을 읽음으로써 행복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자부합니다. 행복이란 뭘까요. 즐겁게 읽으면 그것이 곧 행복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즐거움은 단지 기분 전환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독서가 그저 기분 전환 이상의 것임을 알려주고 싶어 <내가 책을 읽는 이유>를 썼다고 합니다. 책에 대한 거부감 없이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된다면 필요에 의해 읽어야 할 때도 다른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책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기쁨을 들려줍니다. 아들러 심리학에서 말하는 기쁨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감정입니다. 저자와의 연결, 책을 매개로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서 느끼는 기쁨은 현실 인간관계가 힘든 이에게도 책을 통해 구원받는 형태로 나아가게 된다고 합니다. 책을 읽어야 할 이유입니다.
보통 어떤 책을 읽는가로 사람을 판단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어떻게' 책을 읽느냐로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어떻게'라는 부분이 의미하는 바는 뭘까요.
스스로 책을 찾아서 읽고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를 알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남이 추천하는 책만 읽는다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며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해요. 책 읽을 때도 저자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 역시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꽤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요. '좀 이상한데? 좀 억지스러운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은 질문과 반론을 훈련하기에 좋다고 합니다. 일상에서 궤변을 늘어놓는 사람한테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나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하며 생각하는 걸 책을 읽으며 습관화해보는 겁니다. 그래서 저자는 밑줄보다 읽는 도중에 떠오르는 생각을 책 여백에 메모하는 걸 더 선호합니다. 물론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면 그때도 스스로 생각한 다음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합니다.
아웃풋에 관한 이야기도 후반에 등장합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얘기해 주는 느낌으로 쓰면서 자신만의 아웃풋을 습관화하는 내용입니다.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 자기 혼자서는 생각하지도 못했을 지식을 배울 수 있는 독서. 다만 이걸 독서의 목적으로 삼으면 즐거움은 훼손됩니다. 내 삶을 음미할 수 있는 독서를 위해 '나는 왜 읽는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인생 곳곳에서 저자의 손에 들어왔던 책을 예로 들어 이야기합니다. 인생을 바꾼 책 한 권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저도 난감해지는데, 저자도 그렇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우연한 만남으로 읽은 책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경우도 소개합니다. 어떤 순간에 책과의 우연한 만남이 읽는 이의 인생을 바꾸는 걸까요. 읽는 사람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평가 좋은 책이라도 마음에 와닿지 않습니다.
저는 에세이에서 특히 그런 호불호가 크게 작용하는 편이에요. 저자의 삶과 공명되지 않는 한 아무리 유려한 문장도 가슴 깊이 새겨지진 않습니다. 이처럼 책과의 공명이 일어났을 때 그 책은 우리의 삶에 중요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원서로 읽는 즐거움을 위해 한국어를 배운 저자처럼 외국어 공부를 독서와 연결하고, 어려운 책을 내가 이해하지 못했을 때 가져야 하는 태도,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한 읽기 방법 등 책을 대하는 다양한 방식을 이야기합니다.
왜 책을 읽는지, 어떻게 책을 읽는지, 책을 읽고 난 후 활용법 그리고 무엇보다도 책이 연결해 주는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책 읽기를 통해 행복하다는 말을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니! 그 기쁨을 함께 누려보지 않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