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소녀 1~2 세트 - 전2권
김종일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이버 웹소설로 연재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을 다듬어 더욱 퀄리티 좋은 소설로 탄생한, 김종일 작가의 <마녀의 소녀>. 신화와 역사가 이렇게도 조합될 수 있구나 하며 감탄한 소설이에요. 학원물이지만 청소년들만 읽기엔 너무 아까워요. 연령대 구분 없이 사랑받을만한 작품입니다.


소원이 뭐야?

드러내지는 않아도 정말 간절히 바라는 소원. 누구에게나 그런 소원 하나쯤은 있습니다. 그 소원을 이뤄주겠다는 사람이 당신 앞에 나타났습니다. 소원을 빌겠습니까?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닌가 의심도 할 테지만, 그럴싸한 조건들을 내미니 마음이 솔깃해질 수 있습니다.


고등학생 나린이가 이런 상황에 놓였습니다. 대가가 따르지만 세 가지 소원을 이뤄준다는 '소원 들어주는 원숭이 손' 이야기를 짝꿍 진희가 꺼냅니다. 그리고 "너라면 뭘 빌겠어?" 하며 소원을 이뤄주겠다고 합니다. 새벽에 의식을 치르는 행위까지 마치면, 사흘 후 그 소원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너무 허황된 소원이라든지 누굴 죽게 해달라거나 죽은 사람을 되살린다든지, 일타쌍피 소원 같은 건 안 된다고 하니,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나린이는 짝꿍의 제안을 수락합니다.


그런데 새벽 의식이 꽤나 소름 끼칩니다. 내 피 세 방울을 떨어뜨린 헝겊인형을 태워 그 재를 먹고 거울을 보며 소원을 비는 겁니다. 그 순간엔 두려우면서도 짝꿍 진희가 하란 대로 해버리는 나린. 그리고 사흘 후, 나린이가 빌었던 소원이 실제로 이루어지는데.


나린이가 빌었던 첫 번째 소원은 "내 사랑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입니다. 짝사랑을 쌍방향 사랑으로 만들고 싶었던 겁니다. 그리고 소원이 이뤄지게 되면서 그 남자아이와 사귀게 됩니다. 문제는 소원을 빌기 전에 얘기 들었던 소원의 '대가'입니다. 나린이에게 우연의 일치라기엔 께름칙한 일이 자꾸 생깁니다.


짝 진희가 소원은 이뤄줄 수 있지만, 어떤 대가인지는 책임 못 진다고 했던 게 생각납니다. 그런데 그 대가가 아주 살벌합니다. 남자친구의 전 여친 오혜정이 비관 자살을 한 겁니다. 그것도 악의적인 글을 인터넷에 남긴 채.


나린이는 순식간에 '통수녀'가 되었습니다. 뒤통수치는 배신녀라는 오명을 쓴 나린이는 상상초월하는 테러를 당합니다. 온라인 마녀사냥이 시작된 겁니다. 신상이 털리며 일상생활에서까지 난리가 납니다. 부모님을 사고로 잃고 동생과 함께 사는 나린이를 보호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짝 진희의 태도도 요상합니다. 자기만 딴 세상에 있는 냥 모른 척하며 발을 뺍니다.


이때 나린이를 믿어주는 같은 반 현민이가 등장합니다. 진희를 멀리하라고 경고하면서 곤경에 처한 나린이를 도와주는 현민이의 속 사정도 독자에겐 미스터리입니다.


<마녀의 소녀>는 그저 그런 학원 공포물이 아닙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미궁 탈출에 도움이 된 아리아드네의 명주실, 고대 이집트 신화 호루스의 눈 그리고 마녀재판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펼쳐나갑니다. 게다가 인물들의 성격도 다채롭습니다. 여기저기 핵폭탄이 터지는 가운데 언어로 빵 터지게 하며 완급 조절하는 인물도 한 명쯤 넣어줍니다.


짝 진희의 꿍꿍이는 무엇인지, 영화 <데스티네이션>의 잔혹하고 두려운 장면은 보는듯한 목숨을 위협하는 연이은 사고를 피할 방법은 없는지, 사고가 생길 때마다 도와주는 미스터리한 주변 인물들 저마다의 사정이 얽히고설켜 색다른 오컬트 학원물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소원을 빌 때 설마 이런 상황이 될 줄은 상상도 못한 나린은 결국 오히려 복수심에 불타오르게 됩니다. 두 번째 소원은 온라인 마녀사냥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빌었고, 이제 마지막 소원이 하나 남았습니다. 어떤 소원을 빌지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읽게 됩니다.


마음속에 감춘 욕망을 건드리는 소원놀음. 상대의 마음속 욕망을 건드리는 떡밥에 걸려들지 않을 사람이 과연 현실에서는 있을지 장담하기 힘듭니다. <마녀의 소녀>는 바로 그 점을 건드립니다.


"괜찮으니까 말해 봐, 나한테만 살짝. 소원이 뭐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