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줘서 고마워 - 고위험 임산부와 아기, 두 생명을 포기하지 않은 의사의 기록
오수영 지음 / 다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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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즌 1이 종영되고 시즌 2를 벌써부터 기다리는 시청자들이 많을 만큼 주목받은 휴먼 메디컬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의사 5인방 케미가 돋보였는데 그중 채송화 역은 실제 롤모델이 있다고 합니다. 의대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외래진료를 하는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오수영 의사입니다.


드라마에서 다양한 환자 사례가 등장하지만 특히 산부인과 사례는 엄마 입장에서 남일 같지 않더라고요. 어렵게 얻은 아이를 조산의 위험에서 지켜내는 모습을 보면서도 울컥했는데 현실판이 바로 이 책입니다. 오수영 의사가 고위험 임산부를 진료하면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태어나줘서 고마워>.


엄마가 된다는 것, 미리 준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임신하고 나서야 시중에 나와있는 임신 출산 관련 책을 흘낏 접하는 게 현실입니다. 유산, 조산, 임신중독증 등 수많은 임신과 출산 관련 합병증은 비교적 흔하게 발생하는 의학적 상황들이라고 합니다. 서울에서 뒤차에 부딪히는 접촉사고 겪을 확률보다 여섯 배나 흔한 일이라고 해요. 그런데도 우리는 이런 것들을 배울 기회가 전혀 없었습니다.


오수영 의사는 산부인과 교수로서의 15년을 돌아보며 고위험 임산부와 태아를 진료하면서 마주한 다양한 사례를 들려줍니다. 그런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실패라 여기고, 자책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죠.


수술장에 1분이라도 일찍 도착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은 일주일에도 몇 차례씩 생깁니다. 징크스처럼 꼭 저녁 식사하러 먼 길을 나선 상황에서 초응급 전화가 온다니, 정말 마음 편할 날이 없겠어요. 어느새 훌쩍 커버려 옷이 작아진 딸의 청바지를 사러 겨우 시간내어 쇼핑하러 나간 자리에서도 응급콜에 병원으로 달려갈 정도입니다. 오랜 수술 시간을 버텨야 하는 상황도 잦아 다리 힘 키우는 운동도 필수입니다.


1분 1초를 아끼려고 숨 가쁜 노력을 하는 오수영 의사의 에피소드를 읽다 보니 경외감이 들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습니다. 산모와 아기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열정이 느껴집니다.


손에 땀을 쥘 정도로 아찔한 사례들이 등장할 때마다 내 아이가 얼마나 운 좋게 태어났는지 깨닫습니다. 임신 출산의 전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병적인 상황은 상상 이상으로 흔하게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탯줄이 왜 그토록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도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어요. 단 몇 분만 눌려도 잘못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고요.



40세 넘은 임산부, 비만 임산부가 늘어나는 요즘. 그만큼 임신과 관련한 병적인 상황도 많이 나타납니다. 애 낳다가 죽는 경우는 요즘 시대에는 정말 드물다고 생각했는데 90초당 1명씩 모성 사망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렵고 위험하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고위험 임산부들의 사례도 많습니다. 저출산 시대에 네쌍둥이를 임신한 임산부는 주어진 삶을 감사히 여기고 기쁨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장애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은 아이를 임신했지만 지켜낸 산모, 여섯 번의 유산 후 힘들게 임신을 유지한 산모 등 세상에 태어나지 말아야 할 이유 따위 없음을 몸소 보여준 사례들이 등장합니다.


"한 생명이 그토록 많은 위험을 뚫고, 아주 작은 확률을 통과해, 우여곡절 끝에 우리 곁에 다다른 것이었다." - 태어나줘서 고마워 


우리는 흔히 모든 임산부와 태아를 기본적으로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임신은 생리적인 과정인 동시에 병적인 과정임을 오수영 의사는 강조합니다. 산부인과 의사로서의 15년을 돌아보며 임산부와 아기 두 생명을 지켜내고자 노력한 땀이 이야기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행복한 결과만 있으면 좋겠지만 정상적으로 태어날 수 있었던 아기가 죽음에 이르거나 발달장애를 안게 될 정도로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초응급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걱정을 담아 내린 의료진의 결정을 듣지 않고 임의적인 판단으로 벌어지는 사례들이었어요.


책 말미에는 임신 출산 관련 합병증에 관한 정보도 정리되어 있습니다. 힘들고 속상한 일이 생기면 심적 고통이 큰 임산부에게 정확한 정보를 통해 대처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수많은 병적인 상황이 일어날 확률을 절묘하게 피해 태어난 모든 아기들이 대견합니다. 장애가 있더라도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키운 부모들에게도 응원을 보냅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건강하게 태어난 우리 아이에게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돼요. 이 책은 청소년들도 함께 읽으면 좋겠어요. 존재의 가치에 대해 느끼는 바가 꽤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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