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 - 글쓰기를 위한 발상법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 - 카피라이터로 24년, 그럭저럭 터득한 글쓰기의 기본에 대하여
다나카 히로노부 지음, 박정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5월

24년 동안 카피라이터이자 광고기획자로 살았던 다나카 히로노부. 트위터에 가끔 올린 짧은 영화 평이 화제가 되어 웹사이트에 영화 평론을 연재하게되면서 더욱 핫해진 인물입니다. 여기저기서 원고 청탁이 쏟아집니다.

이쯤되니 샐러리맨 생활을 청산하고 본격 프리랜서 작가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게 됩니다. 일본 최고의 광고회사 덴츠 퇴사 후 프리랜스 작가로 낸 첫 책이 바로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도 했습니다.

감각적인 관점으로 개성 있는 글쓰기를 보여준다는 평을 받는 다나카 히로노부 저자. 한 줄만이라도 써달라는 영화평에 7천자를 써내려갈 정도로 스스로 즐기는 일은 정말 즐겁게 했습니다. 재미없는 긴 글을 쓰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도 정말 레전드급으로 재미있습니다) 목적의식이 있는 글을 쓰겠다는 생각 따위는 버렸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글을 쓰면 결국 사람들이 읽지 않는 글이 나와버리니까요.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에서는 글쓰기가 갖고 있는 본래의 즐거움과 약간의 귀찮음을 아우르는 카피라이터 출신 저자의 글쓰기 방법을 보여줍니다.

글을 쓰니 인생이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영화 평론을 써보지 않겠느냐며 찾아왔고, 그 영화평을 읽은 이와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나갔고 결국 한 출판사의 편집자가 진지함을 넘어선 광적인 메일을 보내며 이 책이 탄생되었습니다.

시중에 나온 글쓰기 책과는 결이 다릅니다. 다나카 히로노부 저자는 자신이 읽고 싶은 글을 쓰면 자신은 물론 남도 즐겁다는 모토로 글을 씁니다. 진심이 통하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합니다.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은 글쓰기를 위한 기술 대신 독자로서의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글쓰기를 위한 발상법 책입니다.

"모든 글은 자신을 위해 쓰이는 것"이기에 에세이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에세이는 자신이 보고 듣고 알게 된 사상과 마음이 움직여서 쓰고 싶은 기분이 생겨나는 심상이 교차하는 곳에 생긴 문장이라고 정의내립니다. 그저 내 생각을 전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작가로 일할 수 없다고도 일침을 놓습니다. 그건 그저 심상만 펼쳐놓는 셈입니다.

글쓰기를 위한 발상법 핵심 7가지를 광고 카피라이터 경험을 통해 알려주는데 작가로 글쓰는 것과 비슷한 과정을 거치더라고요. 사람들을 순간적으로 붙잡는 역할을 하는 15자 이내의 헤드 카피, 한 가지만 이야기하기, 평소 신경쓰는 문제 건드리기 등 글쓰기의 본질을 알려주는 이야기들은 글쓰기 노하우병에 걸린 이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겁니다.

타깃론에 빠지지 말라는 조언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메세지를 전하려는 목적, 한정된 타깃층 따위는 오히려 한계를 긋는 것과 같습니다. 그 글을 처음으로 읽는 사람은 나인데 나 자신을 납득시킬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저자가 내내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자신이 읽어도 재미있는 글이거든요. 그런 글은 아직 아무도 읽지 않은 글을 직접 쓴다는 의미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쓴 사람이 없다면 쓰면 됩니다. 내가 독자의 입장에서 보고 싶은 글을 쓴다는 행위의 출발점입니다.

뜬금없이 취준생 자기소개서에 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읽고 보니 이건 글쓰기의 발상법 핵심 7가지와 일맥상통하더라고요. 올바른 자기소개는 가장 말하고 싶은 것 한 가지만 말하는 거라든지, 자기소개서로 흥미를 끌게 하는 전술이라든지. 그러고보니 자기소개서야말로 일종의 에세이와 같군요.

글쓰기를 위해 읽으면 좋은 책도 알려줄 때도 그저 문장과 문체를 배우는 것으로 한정하지않는 독서를 강조합니다.

현실 조언이 빼곡합니다. 글쓰기 노하우를 알려주는 대부분의 책에서는 '무엇을 썼는지'가 중요하다고 가르치는데 현실에선 '누가 썼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팩폭 정도는 기본입니다. 농담이라 치부하기에는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들이 많습니다. 기술 보다는 기본에 초점 맞췄는데도 지루하지 않고 식상하지도 않고 유쾌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