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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ㅣ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1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안 스파르 그림,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2월
평점 :
프랑스에서 특히 인기있고 우리나라에서도 팬덤이 형성된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 저는 그의 수많은 소설 중 스릴러들만 읽어봤던 터라 이번 소설 읽으면서 깜짝 놀랐어요. 일상 판타지를 다룬 이번 소설은 정말 신선하더라고요. 이 소설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읽을 수 있습니다.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가족 이야기도 정말 잘 쓰는 작가구나 싶어서 호감도 상승했습니다.
프랑스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 조안 스파르의 그림 조합도 신의 한 수입니다. <어린 왕자>, <꼬마 뱀파이어> 등에서 개성 강한 독특한 그림을 선보였는데 이번에도 무한 상상력이 발휘된 그림의 향연입니다.
열한 살 오로르는 자폐아입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대신 신비한 능력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눈을 보면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의 장르가 판타지일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지라 그저 은유법으로 이야기하는 건가 싶었어요. 그런데 진짜입니다.
말은 하지 못하지만 머릿속 생각을 표현할 줄은 압니다. 태블릿으로요.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태블릿으로 말하는 법을 배운 겁니다. 어찌나 빨리 쓸 줄 아는지 대화에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아빠와 엄마는 소중한 재능을 가진 오로르와 한창 사춘기를 겪는 오로로의 언니 에밀리를 사랑하지만, 지금은 따로 살고 있습니다. 이제 엄마와 아빠는 각각 만나는 사람도 따로 있습니다.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살면서 아빠의 집도 오가며 지냅니다. 이혼 가정의 모습을 나름 이상적인 형태로 보여줍니다. 후회하기도 그리워하기도 하면서 새로운 일상에 적응해나가려고 노력합니다.
오로로는 말을 하지 못할 뿐이지만 장애인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불편해합니다. 계속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보이고,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그 단어가 싫습니다. 오로로는 그저 세상을 다른 식으로 보는 것일 뿐이데 말입니다.
다름에 대한 이야기는 언니 친구 루시를 통해서도 경험합니다. 수학을 잘하는 똑똑한 사람이지만, 뚱뚱한 생김새 때문에 놀림을 당합니다. 날씬하지 않으면 자기 관리에 소홀하다는 말을 듣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스스로가 죄책감을 느낍니다.
엄마, 아빠, 언니, 루시 모두 저마다 고민을 안고 있고, 나름의 슬픔을 안고 살아갑니다. 생각을 읽을 줄 아는 오로로는 근심 걱정이 있는 이들을 도와주고 싶고, 모두가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현실 세상은 '힘든 세상'입니다. 그런데 오로르는 비밀의 세계를 오갈 수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는 사람들이 다 지쳐 보이지만 그곳은 모두가 아무 걱정 없는 곳입니다. 그곳에서는 오로르도 말을 할 수 있고, 친구도 있습니다.
"힘든 세상 사람들은 모두가 나름대로 외로워. 그래서 '친구'라는 개념이 생긴 거야. 친구는 그냥 재미있게 놀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야.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 주기 위해 존재하는 거야." -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사건은 '잔혹이들'에게 놀림을 당하던 루시가 사라지게 되면서 커집니다. 오로르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가면서 루시를 꼭 찾고 싶어 합니다. 그 과정에서 온갖 갈등, 용서, 관용, 공감 등의 감정이 복잡하게 어우러집니다. '다름'에 대한 이야기를 이토록 판타지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다루다니 놀라웠어요.
더글라스 케네디 작가의 아들도 어렸을 때 자폐 진단을 받았고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버리라고 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들은 어느새 잘 자라서 독립적이고 지적인 활동을 하며 청춘을 보내고 있습니다.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로르라는 멋진 캐릭터가 탄생된 것 같아요. 어른들이 가진 두려움을 오히려 이겨내는 아이다운 자신감을 가진 오로르에게 반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책등이 노출된 사철 제본 방식이어서 겉표지를 벗기면 독특한 디자인을 볼 수 있답니다. 오로르가 꿈꾸는 모두가 행복한 세상은 그저 판타지일 뿐일까요. 다름을 약점으로 치부하지 않고 강점으로 전환한 오로르의 이야기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