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모리시마 쓰네오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개월 동안 제네바에서 500명, 독일 트레브스에서는 7000명, 작센에서는 하루 만에 133명… 악성 유행병 코로나19도 아니고 무슨 숫자일지 짐작 가시나요. 바로 교수형에 처하거나 화형에 처해진 마녀의 숫자로 극히 일부만 소개해드린 수치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마녀사냥>에서는 마녀의 역사를 살펴보며 마녀사냥의 실상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심장 약한 사람은 읽기 힘들 수도 있을 만큼 마음 단단히 먹어야 읽을 수 있는 기록들도 많습니다.


원래 마녀는 악한 존재로 취급받지 않았습니다. 신화와 역사에 등장하는 마녀 이야기는 주술을 이용한 악행이 두드러지게 표현되긴 했지만, 치료와 작물 보호 등 선행을 하는 마녀들이 사실 많았다고 합니다. 어느 시대에나 마녀는 두려움과 탄압의 대상이 되곤 했지만 마녀 자체가 아닌 악행에 대해서만 그 죄를 물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1300년을 기점으로 변해버립니다.


마녀에 대한 교회의 태도가 강경해지면서부터입니다. 당시 로마 가톨릭교회의 지위와 역할이 성직자 부패와 타락으로 대규모 이단 운동이 펼쳐지니, '이단 심문'이라는 새로운 이름의 조직적인 십자군을 탄생시킵니다. 교황이 각 지역으로 이단 심문관을 파견해 이단자들에 대한 처벌에 나서게 됩니다.


이는 히틀러에 버금가는 박해였다고 합니다. 이단 심문 방법이 극악해 이단자 한 명을 멸하기 위해 무고한 사람 천 명을 희생시키는 것쯤은 예삿일이었다고 해요. 방황하는 영혼을 구제하겠다는 자비심 대신 수상한 자를 일소하겠다는 적의가 더 컸던지라 온갖 고문이 자행됩니다.


문제는 이단자 고발 이유 중에 마녀적인 행위가 추가되기 시작하면서 열정적으로 마녀사냥이 시작됩니다. 비교적 평온했던 옛 마녀의 시대가 종말을 고했습니다.


처음엔 이단자와 마녀를 혼동하여 행해진 엉터리 마녀재판이었습니다. 당시 요한 22세 교황은 개인적인 음모를 두려워하며 신경 곤두서있었던 시절이라 의심과 불안이 반영된 개인적인 원한까지도 마녀 행위로 무차별 처형하게 됩니다. 마녀가 정치적 도구로서 등장한 셈입니다. 막대한 부를 가진 템플기사단에게 행해진 엉터리 마녀재판과 영국 측의 정치적 책략이 반영된 잔 다르크의 이단 심문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마녀적 색채를 씌워 진행한 엉터리 마녀재판이라는 과도기를 거친 이후에는 전문적인 마녀론이 등장합니다. 그저 형법상의 범죄자였던 마녀가 종교적 사상과 정신과 관련된 이단자로 되어버린 겁니다. 이단자보다 오히려 더 악질적인 이단자로 정의 내렸습니다. 마녀는 악마와 결탁했기 때문이라고 말이죠. 추악한 노파였던 마녀 이미지에서 이제는 성직자, 박사, 학생, 처녀 등 빈부귀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마녀로 지목받습니다.



도대체 마녀가 무슨 짓을 했길래 극형에 처해지는 걸까요. 새로운 마녀의 실체는 참 허술한데도 마녀재판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 끔찍한 일들이 오갔습니다. 진실성 따위는 불필요하고 세간의 소문만 있어도 체포할 수 있었고, 대답할 수 없는 심문으로 거짓 자백을 받아 내며, 그 과정에는 상상할 수 없는 잔혹한 고문이 행해집니다. 얼마나 끔찍한지 기괴한 자백을 하게 될 정도입니다.


고문 요금 공정표, 처형 요금표 같은 문서도 있습니다. 수많은 고문을 세세하게 구분해 모든 경비를 마녀가 사후 변제하는 방식입니다. 유산 몰수 작업은 기본입니다. 이 리스트를 보면 미쳤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마녀재판은 진실성 테스트가 아니라 인내심 테스트였다."- 마녀사냥 


그런데 이런 마녀사냥이 중세 전기 암흑기 시대가 아니라 중세 말기 르네상스의 태동과 함께 시작되었고, 휴머니즘과 실증주의 시대인 르네상스 운동의 전성기에 벌어졌다는 사실이 더 큰 충격을 안깁니다. 당대 권력자 및 지식인 등 르네상스 거성들의 배신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구교도가 시작했으나 종교개혁을 이끈 신교도 역시 똑같았습니다. 종교개혁에서 마녀재판만은 예외였던 겁니다. 악마를 증오한 루터도 마녀재판을 옹호했습니다.


이단 심문의 역사와 진실을 파헤친 책 <마녀사냥>. 광신과 정치가 결탁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소설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놀라운 이야기들이 실제 일어난 역사라니, 읽는 내내 충격의 도가니입니다. AK 트리비아 시리즈의 한 권으로 중세 유럽, 마녀에 관한 더 많은 책들이 있어 함께 읽기 좋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