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무사와 고양이 눈
좌백.진산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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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에서 발표한 6편의 단편을 모은 좌백과 진산의 반려동물 무협소설집 <애견무사와 고양이 눈>. 개와 고양이가 등장하는 소설이라는 것 때문에 끌린 무협소설 1도 모르는 독자들에게도 맛깔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모였습니다.


좌백과 진산 필명을 쓰는 두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부부 필이 왔는데 정말 부부 맞더라고요. 무협소설 쓰는 부부라니~ 멋짐 터지네요. 여러 권의 무협소설을 펴내고 게임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동한 좌백은 개 파, 한국 창작 무협소설 최초 여성작가 진산은 고양이 파. 이번 반려동물 무협소설집 <애견무사와 고양이 눈> 작품에 좌백의 개 소설 3편, 진산의 고양이 소설 3편이 주거니 받거니 방식으로 실렸습니다. 수록작 고양이 눈과 애견무사는 2019 브릿G 결산 투표에서 무협 장르 부문 1, 2위를 기록한 인기작이어서 소설집의 제목이 된 것 같아요. 


동물이 사람처럼 말을 하는 세계관 혹은 순수하게 동물 그 자체를 등장시켜 인간과의 관계를 펼쳐 보이는 <애견무사와 고양이 눈>. 진산과 좌백의 정담을 통해 탄생 배경과 뒷이야기를 슬쩍 알 수 있어 흥미진진합니다. 코믹은 작가들이 다 하고 있는 듯. 재미나요. 좌백의 개 소설 「떠돌이 무사」, 「애견무사」, 「폐허의 개들」, 진산의 고양이 소설 「고양이 꼬리」, 「고양이 눈」, 「고양이 귀」는 우직하고 충심 가득, 무심한 듯해도 신경쓰는 등 개와 고양이가 가진 주요 특징에 빗댄 행동을 아낌없이 보여줍니다. 현실의 개와 고양이가 저절로 떠오를 정도로 싱크로율이 딱 맞는 장면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어요. 


개와 고양이를 소재로 했다고 하면 보통 생각하게 되는... 이 개는 목숨을 내걸고 주인을 지키겠구나 하는 뻔함을 예상하기도 하죠. 개의 충심, 고양이의 보은에 관한 소재는 무협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도, 예상한 것처럼 단순하게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복수에 나서거나 퇴로를 지키는 것처럼 주인을 위해 목숨을 내걸고 싸우는 개가 있는가 하면, 위기 상황이 아닐 때는 보통 개처럼 노상방뇨를 일삼는 개처럼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한편 요괴인 줄로만 알았는데 보은을 하는 등 편견을 비틀어 보여주기도 합니다.



개와 고양이와 함께 하는 인간 군상도 참 다양합니다. 소문난 악인이지만 개만큼은 거두어 보살피는 무사,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리숙한 신출내기 무사, 온갖 사연을 가진 무림 칠공주들 등 개·고양이와 인연을 맺은 이들의 이야기는 정통 무협의 줄기를 따라갑니다. 강자가 승리하고 약자가 패배하는 이치로 움직이는 무림의 세계에서 이들은 약자에 가깝습니다.


약자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준 <애견무사와 고양이 눈>. 배꼽 잡기도, 울컥하게도 만든 그들의 사정이 무협 범주 안에서 묘하게 잘 어우러집니다. 무협 용어가 한가득이지만, 자연스럽게 해석될 정도니 진입장벽은 낮습니다. 반려동물 독자들을 위한 소설임에는 분명합니다. 곳곳에 개와 고양이의 실사가 저절로 떠오를 정도로 비유하는 깨알 묘사가 일품이거든요.(고양이에게 간택당한 칠공주에서 빵 터졌...) 단편들이지만 앞서 등장한 인물이 다른 소설에 카메오처럼 등장하는 등 읽는 맛을 돋운다는 점도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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