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에 대한 생각 - 세계는 점점 더 부유해지는데 우리의 식탁은 왜 갈수록 가난해지는가
비 윌슨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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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는 시리얼로 때우거나 건너뛰기 일쑤, 점심 식사는 편의점 간편식품 또는 배달 음식, 저녁 식사는 마트에서 산 반조리 식품과 반찬가게에서 산 반찬으로 요리 시간 최소화. 그 사이 주섬주섬 섭취하는 건 카페인 음료, 스낵, 패스트푸드, 가끔 과일. 집에서 요리한 평범하고 일상적인 식사를 언제 했는지 선뜻 말하지 못할 정도로 이젠 일상적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 칼럼니스트 비 윌슨은 세상은 부유해졌지만 우리의 식탁은 가난해진 오늘날 식사의 현장을 낱낱이 보여줍니다. <식사에 대한 생각>은 분명 미식의 시대이건만 식이 요인 때문에 사망한 사람이 흡연, 알코올 관련 원인으로 사망한 사람보다 몇 배나 많을 정도로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가 된 현대 식생활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1970년 노벨평화상은 수확량 많은 밀 품종을 개발한 농학자에게 돌아갔을 만큼 전 세계 인간 존재를 위협했던 기근은 이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세계 어디를 가든 먹는 게 비슷합니다. 식재료의 균형과 다양성 부족이란 말에 공감할 겁니다. 품종의 단순화로 인해 전 세계 식단이 천편일률적 특징을 보인다는 겁니다.


흥미로운 점은 칼로리를 필요 이상으로 섭취하면서도 단백질 부족이라는, 영양부족인 동시에 비만인 현실이라는 통계입니다. 다양한 음식을 1년 내내 즉시 손에 넣을 수 있는 오늘날에 영양 부족이라니. 음식의 본연의 임무인 영양 공급이 실패한 겁니다.


<식사에 대한 생각>에서는 음식과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들을 소개하며 식품 산업과 사회 변화에 의한 과식의 역사를 들려줍니다. 한국 사례도 자주 등장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사회경제적 변화는 식단의 변화에 영향을 미칩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보인 경제 성장과 식단의 변화 단계와는 조금 다른 한국 사례는 채소 섭취량과 관계가 있었습니다. 직접 만들지는 않아도 반찬가게에서 채소 요리 두어 가지 정도는 잊지 않고 사 오는 저도 공감되는 이야기들이었어요. 한국보다 좀 더 바람직한 식단의 변화를 보이고 있는 곳은 덴마크입니다. 정부의 정책에 의해 건강을 해치지 않는 식단 단계로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식생활이 급격히 바뀌는 사회의 증거인 마른 비만은 영양학적 부조화를 의미합니다. 생존에 도움이 되도록 진화한 인간 본능과 충돌하는 현대 환경. 매일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을 소비하면서 체중으로 인한 사회적 낙인은 여전합니다. 비 윌슨 저자는 개인의 음식 선택 이면에 자리 잡은 식품 공급 체계, 경제적 환경을 짚어줍니다.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어떤 브랜드를 구매할 것인가, 얼마나 먹을 것인가 뿐이라는 말이 인상 깊습니다.


"우리는 식품 기업이 우리에게 팔고자 하는 음식을 먹는다." - 식사에 대한 생각 





질 좋은 음식의 가치와 음식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라고 합니다. 어떻게 먹느냐는 무엇을 먹느냐 만큼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허둥지둥 서둘러 식사를 끝내는 힘든 일상. 삶의 리듬이 변했습니다. 식사 시간은 후순위로 밀려났고, 혼자서 여러 번 간식을 먹는 것이 새로운 식사 패턴이 될 정도로 간식이 우리 식생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한국의 먹방(mukbang) 사례는 이제 식생활에 관한 책에서 빠질 수 없는 소재인 것 같아요. <식사에 대한 생각>에서도 먹방, 아프리카 TV, 심지어 별풍선 시스템까지 꼼꼼히 취재한 내용을 언급하며 사회적 식사에 관한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비건, 극단적 저탄수화물 식단, 클린 이팅, 식사 대용식 등 건강을 위한 식사 트렌드도 소개합니다. 각종 식품 산업과 식문화의 변화를 살펴보며 오늘날 식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요리는 선택이 된 시대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요리를 합니다. 요리하는 사람의 미천한 지위가 이제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만큼 요리를 한다는 것의 의미도 재조명해봅니다. 비 윌슨은 오히려 지금 시대엔 요리를 하는 행위가 해독제가 될 수도 있지 않겠냐고 조언하며 식품의 질과 다양성, 먹는 기쁨 등 더 나은 식생활을 위한 새로운 사고방식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현명하고 건강한 식사를 위한 13가지 전략을 소개하는 것으로 개선된 새로운 식문화를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식문화에 관한 책이 몇 권 있는데 함께 살펴보세요. 음식의 언어로 인류 역사, 세계 문화, 사회, 경제를 아우르고 인간의 심리, 행동, 욕망의 근원을 파헤치는 인문학 책 <음식의 언어>, 음식과 관련한 말의 어원과 의미 변화를 통해 우리 문화와 사고방식을 이야기한 <우리 음식의 언어>, 맛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총망라한 <왜 맛있을까>, 현대인의 식탁 뒤에 숨겨진 비밀을 탐사한 <식사에 대한 생각>까지. 식문화를 소재로 한 흥미진진한 지식 정보를 담은 책들이어서 함께 읽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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