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쏟다
고만재 지음 / 마들렌북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감 코드가 닮아 빵빵 터져가며 재미있게 읽었던 고만재 작가의 전작 <하늘로 솟은 엉덩이>에 이어 신간 에세이집 <커피를 쏟다>를 읽었습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감성을 듬뿍 전달하고 있는데, 예쁘기만 한 감성 에세이에 식상한 분들이라면 반가워할 만한 책이 될 겁니다.

 

글 쓰는 운동 선생 고만재 작가가 운동 지도와 강연을 하며 만난 특별한 인연들, 스치듯 지나갔지만 깊은 인상을 남긴 인연들 등 잊히지 않는 에피소드를 들려준 <커피를 쏟다>. 그는 이 인연들이 모두 '나를 키운 인연들'이라고 합니다. 소소한 조각들이 모여 그의 하루하루를 만들어낸 셈이니까요.

 

제자의 이름이 기억 안 나다보니 흔들리는 눈동자를 시전한 웃픈 상황으로, 가볍지만 의미 있는 글로 시작합니다. 엄마가 된 이후엔 어머님 소리만 줄창 듣고, 인터넷 생활로 필명이 오히려 더 이름처럼 불리게 되는 요즘. 오랜 친구들 만날 때 아니고서는 (아, 친정 모임에 가면 이모들은 열심히 불러줍니다. 몇 년 치를 하루 만에 다 듣고 오는 기분이죠 ;;;) 암튼 제 이름을 누군가가 불러주는 상황 자체가 참 희박하더라고요. 저자가 평소 사람의 이름을 꼭 기억하려고 하는 이유를 들려준 첫 에피소드부터 끄덕끄덕하게 됩니다.

 

표제가 된 '커피를 쏟다' 에피소드에서는 커피 쏟는 장면이 무려 세 번이나 등장합니다. 두 번은 피해자로, 한 번은 가해자로 ㅋㅋ. 커피를 쏟으면 대충 무슨 일이 생길지는 예상될 겁니다. 그때의 반응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에세이에 등장한 인물들은 모두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예기치 않은 일이 생기면 심호흡 크게 하고 웃으면 그뿐이라는 걸. 내가 오늘 예민하게 반응한 것 중 그냥 웃으며 넘길 수도 있었던 일은 없었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버스에서 조는 취객에게 내릴 곳을 묻고 깨워주겠다는 버스 기사님, 유튜브에서도 화제가 된 지하철 취객 포옹 영상에서의 청년 등 가슴 따스한 에피소드들이 이어집니다. 저자 역시 '간헐적 착한 일'을 한다고 밝힐 정도로 편견과 선입견을 내려놓고 포용하는 시각으로 대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내가 그 상황에 맞닥뜨렸다면 눈길을 피해버리는 척 애쓰는데 노오력을 하지 않았을까 싶은 상황에서도 말이죠.

 

그래도 세상엔 좋은 사람이 꽤 많다는 걸 보여준 에세이집 <커피를 쏟다>. 선량한 마음과 공감의 배려를 하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통해 소소한 깨달음의 시간을 안겨줍니다.

 

"지난 몇 년간 열정을 엉뚱한 곳에 쏟으며 분주하고 의미 있게 잘살고 있다고 착각했다. 정작 소중하고 아까운 것들을 놓치며 본질을 흐려왔다." - 커피를 쏟다


마음이 궁핍할 때 저자는 동대문 시장을 거닐며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삶을 지켜본다고 해요. 사람 향기가 나는 곳이 끌리기 마련입니다. 일상 속 배려와 공감 이야기들을 한 편씩 읽어나가다 보면 뾰족했던 마음도 조금은 뭉툭해지는 것 같습니다. 작은 일에 만족할 줄 모르고 살고 있을 때 읽기 좋은 글이 바로 이런 에세이인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