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만한 인간 - 개정증보판
박정민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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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산문집 <쓸 만한 인간>을 3년 전 처음 읽었을 때만 해도 저는 사실 이름만 듣고는 퍼뜩 떠오르지 않던 배우였어요. 출연한 영화 제목을 알려주면 아! 그 배우~ 정도였지요. 2016년 첫 출간 후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만나는 이 시점에서는, 배우 박정민 하면 버퍼링 없이 파밧! 떠올리는 배우가 되었습니다.

 

잡지 topclass에 연재했던 글과 직접 그린 일러스트, 새로운 글이 더해진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선보인 책 <쓸 만한 인간>. 크큭대며 읽다가도 가슴을 탁 치는 문장을 만나고 싶다면 딱이에요. 무겁지 않게 끌어가면서도 할 말은 하고, 유쾌함을 얹은 매력 있는 에세이입니다.

 

 

 

첫 장편영화 <파수꾼>때의 열정과 애정이 이런저런 핑계로 뒷전이 되어 초창기 때의 마음이 어느샌가 잊혀 있더라는 이야기, 대종상 시상식에서 열심히 박수 치며 의연하게 보이기까지 유리멘탈을 이겨내는 과정, 독립하기 전에는 부모님 몰래 카드 고지서를 인터셉트해야 하는 등 연기 생활하며 겪는 애환과 소소한 일상의 단편들. 30대에 바라본 20대 청년으로서의 삶을 기억하는 글들입니다.

 

많은 알바를 뛴 경험을 바탕으로 녹여낸 열정페이에 관한 에피소드는 그들의 능력이 시급만큼의 능력이 아니라고, 20대의 고귀한 능력을 쉽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이 공감을 부릅니다.

 

비우고 비우고 또 비워고 비워서 호흡을 가다듬겠다는 배우 박정민. 배우니까 뭔가 다르겠지 싶어도 하는 고민들은 비슷하고 맞부딪히는 현실도 비슷합니다.

 

하고 싶은 일 하면 무작정 행복할 것 같겠지만 견뎌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스스로의 찌질함을 드러내며 찌질하다의 반대말은 '찌질했었다'라는 걸 보여주려는 그. 조급하지 않다고 말하기 일쑤여도 사실 마음이 그렇지만은 않더라는 불안과 고민을 보면서 그의 성장을 응원하게 됩니다.

 

 

 

읽어보고 재밌으면 하고, 재미없으면 하지 말라는 이준익 감독님의 말에 '으흥흥' 하는 소리를 내며 영화 <변산> 시나리오를 정독한 배우 박정민. "주인공이 너라서 여자 배우가 좀 인지도가 있어야 돼", "너 아빠 닮아서 노래 못해"라는 말을 듣던 그가 영화를 준비하며 겪은 에피소드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고맙습니다. 거기서 뭐 하세요. 뭘 하시든 고맙습니다. - 쓸 만한 인간

 

잘 되기 직전의 배우라는 말을 듣던 시절을 넘어 이제는 명실상부 탑에 자리 잡은 배우 박정민. 영화 <타짜 : 원 아이드 잭>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그의 연기 인생에 다시 한 번 응원을 보냅니다. 얄밉지 않고 보면 볼수록 호감 가는 매력을 가진 배우잖아요. <쓸 만한 인간>에서 들려준 소탈한 이야기 덕분에 관심과 호감이 깊어졌을 만큼 글발 정말 맘에 쏙 드는 애착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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