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누구니
이희영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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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G 제1회 로맨스릴러 공모전 대상 수상작 <너는 누구니>. 지난번에 읽은 우수작 <괴물 장미>는 뱀파이어 퀴어물이어서 장르적으로도 독특해서 인상적이었는데, 대상 수상작 <너는 누구니>는 무표정의 여학생과 서늘함이 스멀스멀 느껴지는 남학생 일러스트만으로 시선을 확 사로잡네요. <페인트>로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 이력이 있는 이희영 작가의 소설입니다.

 

트럭에 뛰어들어 죽으려 한 서하. 다행히 경미한 상처만 입은 채 병원에 입원한 서하에게 달려가는 예진의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깨어난 서하가 들려주는 의미심장한 한 마디. 자신이 죽으려 한 게 아니라 '그 자식'이 밀었다는데. '그'는 누구일지 궁금증을 한 아름 안은 채 소설은 전학생 예진의 시선으로 그들의 과거로 돌아갑니다.

 

전학 간 학교의 3대 명물인 비주얼과 브레인을 갖춘 서하는 학교에서 가장 유명하지만 어느 중학교 출신인지, 집은 어딘지 자세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정도로 비밀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평소엔 친구들에게 늘 배려하고 져 주는 성격이지만, 한 번 대형사고를 친 전적이 있습니다. 미친 투견이 된 것처럼 폭력을 썼습니다.

 

"아무리 공부 잘하고 잘생기면 뭐 하냐. 그 속에 괴물이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 책 속에서

 

연예인 보듯 선망하면서 친한 관계가 되기는 어려운 그 서하가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만화 캐릭터와 똑닮은 전학생 예진을 보자마자 한눈에 반하면서 둘의 인연이 얽힙니다.

 

아빠는 큰 빚을 남긴 채 돌아가시고, 힘들게 일하며 사는 엄마와 함께 지내는 예진. 학원도 다니지 못하는 형편이지만 어떻게든 열심히 공부하는 것으로 보답합니다. 이성을 사귈만한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마음을 들쑤시는 서하 때문에 싱숭생숭하지만 결국 예진도 서서히 호감을 보이지요.

 

그런데  평소엔 부드럽고 달콤하지만 서늘한 기운이 있는 서하의 이중적인 모습에 당황하는 일이 생기고, 서하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지만 두렵습니다. 어디까지 알 수 있을지 궁금하면서도 자신의 환경과 배경 그리고 비밀을 서하에게 어디까지 내보일 것인지 갈등 중이거든요.

 

<너는 누구니> 제목은 서하에게 묻는 말이면서도 예진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나조차도 나를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는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삽니다. 상냥함 뒤에 감춰진 폭력성, 자비로운 얼굴 너머에 가려진 잔혹성... 어떤 상황에선 한순간에 딴 사람이 된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극과 극을 달리기도 합니다.

 

천진한 웃음 뒤에 칼날 같은 눈빛을 가진 서하는 어떤 모습이 본 모습일까요. 엄마를 위해 한눈팔지 않고 애쓰는 예진에게 감춰진 다른 모습은 무엇일까요.

 

로맨스와 스릴러 자체만 보면 싱거울 수 있지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곱씹어 보면 볼수록 섬뜩한 이야기를 보여준 <너는 누구니>.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는 제 취향이 아니어서 방해만 되어 아쉬웠지만, 서하에게 부여한 상황은 무척 인상적입니다.

 

'진짜 나'는 무엇인지, '진정한 나'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 소설 <너는 누구니>. 자신의 원래 모습을 잃어가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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