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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낮잠 자는 동안에
나오미 다니스 지음, 박정화 그림, 김세실 옮김 / 후즈갓마이테일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할머니를 먼저 떠나보낸 할아버지를 지켜주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예쁘게 담은 그림책 <할아버지가 낮잠 자는 동안에>.
죽음에 대한 주제를 다룬 그림책 중에서 죽음 그 이후, 삶을 계속 살아가는 이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은 쉽게 만나보기 힘들었던 터라 아이의 속마음을 잘 대변해주는 나오미 다니스 작가의 <할아버지가 낮잠 자는 동안에>는 더욱 반가웠어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홀로 손자네 집에 들르시는 할아버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추억이 되어 남은 가족들의 마음에 스며듭니다.
이따금씩 할아버지는 슬퍼해요.
이따금씩 엄마도 슬퍼해요.
이따금씩 나도 슬퍼요.
종종 마당 해먹에 누워 낮잠을 즐기는 할아버지께서 오늘은 손자에게 특별한 부탁을 합니다. 낮잠 자는 동안에 벌레를 쫓아달라는 농담 섞인 부탁을 하는 할아버지.
벌레들이 온다면 냉큼 쫓아버리겠다며 단단히 각오하는 아이. 형들이 놀자고 불러도, 엄마가 수박 먹을 거냐고 물어도 꼼짝 않고 할아버지 곁을 지킵니다.

구름이 아주 많이 모이면
하늘은 회색빛이 되고
빗방울이 떨어져요.
슬픔이 아주 많이 모이면
눈물이 되는 것처럼요.
비가 올까 걱정하기도 하면서 낮잠에 빠진 할아버지를 바라봅니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흘러 점점 몸이 들썩거리는데. 과연 아이는 무사히 임무 수행을 마칠 수 있을까요?
한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 작가들과 함께 문화의 다양성에 기반한 그림책을 만드는 Who's Got My Tail (후즈갓마이테일)의 그림책 <할아버지가 낮잠 자는 동안에>.
이 이야기는 나오미 다니스 작가의 남편이 어린 시절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고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겠다는 마음이 아이에게서 보일 때의 감동은 사뭇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손자가 할아버지 곁을 꼼짝 않고 지켜주겠다고 다짐하는 마음이 정말 예뻐요.
저는 낮잠에서 깬 할아버지의 반응도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아이의 마음을 알아채는 것, 어른의 몫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거든요. 아이의 속마음을 보듬어주고 위로하고 응원하는데 아낌없는 노력을 쏟는 모습이 부모에게 전달되는 장면을 만날 수 있답니다. 응원카드도 있어 <할아버지가 낮잠 자는 동안에>를 읽고 난 다음 직접 사랑을 표현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