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배신 - 성공적 노화, 건강한 장수에 대한 본질

건강의 배신 - 무병장수의 꿈은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조영 옮김 / 부키 / 2019년 7월

<노동의 배신>, <희망의 배신>, <긍정의 배신>... 배신 시리즈로 유명한 바버라 에런라이크 저자의 신작 <건강의 배신>. 헬스 케어, 운동, 다이어트, 긍정적 사고, 마음 챙김, 웰니스로 건강과 장수를 갈망하고 추구하는 이들에게 명징한 깨달음을 주는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의학을 적대시하거나 반대, 우리가 하고 있는 행위들을 지금 당장 그만두라는 게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나이 들어 죽어 갈 것인지에 대한 소중한 조언으로 받아들여보세요. 장밋빛 약속과 건강 열풍의 민낯을 똑바로 직시하면 균형 잡힌 시각으로 내 삶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는 법. 우리의 몸과 마음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특히 몸은 잘 정비된 기계가 아니라는 거죠. 하지만 자기절제, 생활방식 관리로 건강을 개선하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약속하는 시대에서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은 의료화된 삶에 끌려다니고 있습니다.

검사와 검진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 분노를 부르는 검사와 과잉 처방 등 의료가 아닌 의례로서의 의료 행위가 팽배해졌습니다. <건강의 배신>에서는 현재 의료 실태 보고 및 원인을 짚어가며 비판적 시각을 보여줍니다.

피트니스가 도덕적 의무가 되게 만든 본질을 파헤칠수록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 생활에 스며들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긍정적 사고가 그러했듯 마음 챙김이 어떤 방식으로 돈벌이에 이용되었는지, 건강에 대한 개인 책임의 원칙이 어떻게 이 사회에 자리 잡았는지 잘 보여줍니다. 무절제로 인한 생활방식으로 인해 죽음을 자초했다는 은유적 의미로 둘러싼 이야기들을 집어치우고 진짜 원인을 파헤치기도 합니다.

<건강의 배신>은 세포에 집중합니다. 우리 몸이 일상적 기능을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세포는 '기능'에 따라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도,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행동하며 경쟁하는 세포들. 평소엔 항체의 생성을 돕기까지 하는 착한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성장시키고 확산하는 당혹스러운 결과를 보이듯 말입니다.

이 책에서 독특한 용어를 배웠는데요, 세포의 의사결정에 관한 겁니다. 세포들이 놀라울 정도의 개별성을 띤다니, 그렇다면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고, 예측할 수 없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세포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조차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라고 합니다. 역설과 불가사의한 상황이 나타남으로써 우리가 기대한 완벽한 통제는 환상이 되었습니다.

현대 의학과 건강 열풍 시스템의 민낯을 드러낸 <건강의 배신>. 스스로를 갉아먹는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인정이 필요함을 이야기합니다. 성공적 노화, 건강한 장수에 대한 본질을 짚어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