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1~2 세트 - 전2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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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제왕에서 SF, 판타지, 서스펜스 등 장르를 넘나들며 '이야기의 제왕'으로 자리매김한 스티븐 킹. 최신 장편소설 <아웃사이더>는 킹옹을 기다리던 팬들에게 단비 같은 소설입니다.

 

광대 공포증을 불러일으킨 '그것 IT'과 유사한 포맷이면서도 형사 추리 소설 '빌 호지스' 3부작처럼 형사의 비중이 꽤 있어 범죄, 미스터리, 초자연적 공포의 조합이 제대로 물오른 작품이 바로 <아웃사이더>가 아닐까 싶습니다.

 

목격자 진술서를 통해 이번 사건이 얼마나 끔찍한지 독자에게 충격부터 안겨주는 <아웃사이더> 초반부. 어린 남자아이가 끔찍하게 살해된 이 사건은 한 동네의 평범한 남자가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더욱 충격을 안깁니다. 수많은 목격자, 지문, 혈액 등 모든 증거가 한 남자를 가리킵니다. 반박 불가능한 상황으로 무척 깔끔하게 해결될 만한 사건이었어요.

 

 

 


용의자는 T 코치라 불리는 영어 교사입니다. 이 동네 아이들 대부분이 그에게서 가르침을 받았고, 담당 형사의 아들 역시 그 교사가 맡은 리틀 야구팀에서 뛴 전적이 있습니다.

 

'만약 내 아이였다면...' 같은 불안과 분노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용의자의 공개 체포는 대대적인 망신주기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용의자의 아내와 두 딸, 그리고 1500명이 넘는 관중이 있는 야구 경기장에서 말이죠. 용의자 신문조차 없이 공개 체포가 진행되었고 쉽게 해결될 거라 믿었지만, 사건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기존 증거를 다 부술 정도로 T 코치의 명백한 알리바이가 등장한 겁니다.

 

사건이 벌어진 시각에 용의자는 다른 장소에 있었던 것이 확실한 강력한 알리바이. 현대 과학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상황으로 사건을 몰고 갑니다. 같은 시각에 두 군데의 장소에 존재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문제는 이렇게 배치되는 증거들 사이에서 수사가 우왕좌왕할 때 이미 T 코치의 이력은 끝장난 겁니다. 공개 체포를 당했고 동네 사람들 모두가 그가 범인이라고 판단 내린 상황이니까요. 교사이자 어린이 스포트 코치의 이력은 물론이고 무사히 풀려난다 해도 살인범으로 체포된 전적이 있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영원히 찍히게 된 셈입니다.

 

 

 

강력한 증거 vs 강력한 알리바이. 경찰 입장에선 총체적 난국이지만, 살해된 아이의 가족은 물론이고 용의자로 지목된 T 코치의 가족까지 또 다른 고통을 받으며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이어집니다.

 

<아웃사이더> 1권에서는 증거가 대치되는 상황을 중점으로 흘러가는데 억울한 T 코치와 가족들의 감정이 이입되어 공감하며 읽게 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다 충격파 한 번 더 안겨주는 킹옹의 가차없는 스토리에 넋 한번 놓고요. (이때 헐. 진짜? 아닐 거야. 진짜로? 소리를 몇 번을 했는지 몰라요. 안 돼...)

 

 

 

이제 <아웃사이더> 표지의 의미심장한 해석이 등장할 차례입니다. 흠집 하나 없이 겉보기에 멀쩡했던 멜론. 벌레들이 안으로도 들어갈 방법이 없었는데, 속을 갈라보니 구더기와 파리로 우글거린 멜론을 비유 삼은 이 사건의 비밀은 뭘까요.

 

"비유를 벗겨 내면 뭐가 남겠어?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남지." - 책 속에서

 

집요하게 파헤치는 형사와 함께 <아웃사이더> 2권에서는 본격 초자연 미스터리로 전개됩니다. 스티븐 킹 소설 마니아들이 반가워할 인물도 등장하니 기대하세요.

 

이방인을 뜻하는 Outsider. 스페인, 포르투갈, 라틴 아메리카의 전설에 나오는 '엘 쿠쿠이 (엘 쿠코)'를 모티프 삼았습니다. 아이들을 납치하는 전설 속 이야기의 쿠쿠이는 우리나라 옛이야기에도 등장하는 망태 할아버지처럼 공포의 대상입니다.

 

엘 쿠쿠이의 모습과 행동에서 변주한 <아웃사이더>의 초자연적 형상은 미지의 공포를 심어주기에 손색없습니다. 그와 더불어 대중의 공포와 분노가 어긋난 때와 시간과 만나면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사실이 진실일지, 의문 한 방울을 톡 떨어뜨린 소설입니다.

 

HBO 드라마화 확정되었으니 소설 속에서 상상했던 이미지가 생생하게 재현되어 방송될 그날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불가능과 가능의 경계, 무엇을 믿어야 할지 오싹한 공포를 안겨준 <아웃사이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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