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로 일 년간 휴직합니다 - 나다움을 찾기 위한 속도 조절 에세이
몽돌 지음 / 빌리버튼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독립출판물로 먼저 나와 입소문만으로 제대로 히트친 몽돌 작가의 에세이, 매끄럽게 다듬어져 빌리버튼에서 예쁘게 재탄생했네요.

 

그만둘까? 쉬고 싶다고 백만 번쯤 생각하면서도 두려움과 불안감에 결국 행동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이들에게 대리만족과 함께 응원과 용기를 주는 이야기 <오늘부로 일 년간 휴직합니다>.

 

 

 

고된 취업난 속에 더더욱 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높은 시대입니다. 저자는 휴직 후 복직이라는 선택을 했지만, 저마다 쉼의 과정은 다를 겁니다. 퇴사 후 다른 일을 하거나 다른 직장을 찾는 과정을 겪는 이야기가 대부분인데, 몽돌 작가처럼 휴직 후 복직이라는 과정은 하나의 새로운 길을 보여줍니다.

 

누군가는 그래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여지를 두고 쉬는 거니 맘 편할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복직 후 부서 이동, 진급 누락 등 이 역시 많은 불안 요소를 안고 있는 길이긴 합니다.

 

 

 

주변에서는 휴직을 하고는 뭘 할 거냐는 질문 일색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몽돌 작가는 왜 휴직을 하려고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지금 쉬지 않으면 계속 이렇게 살 것 같아서라고 고백합니다. 회사라는 생태계에 적응하고 경력을 쌓아오면서 쌓이고 쌓인 감정들. 그것을 오롯이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했던 겁니다.

 

양평 용문사 템플스테이 중 스님이 하신 말씀이 와닿습니다. "그렇게 남 눈치를 보고 사셔서 얼마나 잘 사셨습니까?". 화가 나는 상황에서 화를 내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사실은 화를 내고 싶었는데도 억지로 참고 이어온 직장생활. 스님의 말씀은 화를 내지 않더라도 남을 의식해 참는 게 아니라 내 선택으로 결정했어야 했다는 깨달음을 안겨줍니다.

 

잎새에 이는 바람 같은 작은 비난에도 최선을 다해 괴로워했다. - 책 속에서

 

 

 

휴직 결심을 했음에도 한차례 번복하며 첫 번째 휴직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그 일은 스스로에 대해 더 알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습니다. 막상 실행하려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 큰 불안감을 느꼈던 겁니다.

 

그토록 힘든 결정을 했으면서도 정작 닥치니 모험을 감행할 용기가 없었던 겁니다. 안정과 모험 둘 다 우선순위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에게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복직해봤자 상황은 같은데 휴직을 한다고 해서 뭐가 나아질까 싶겠지만, 자발적 선택을 했다는 경험은 큰 재산이 됩니다. 안정과 모험 사이에서 계속 갈팡질팡하기보다 이번엔 충동에 몸을 던져보기로 하면서 결국 자신을 찾는 여정은 시작됩니다. 드디어 휴직입니다. 이제 시간이 없어 뭘 못한다는 건 없는 휴직 기간이 닥쳤습니다.

 

자발적 갭이어는 자기 인생을 사는 법, 단단한 자기중심을 찾는 과정이 됩니다. 물론 1년 동안 원하는 걸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여전히 행복은 오늘이 아니라 미래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순례길에서도 거창한 자아 따위는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해봐야 실체를 알게 된다는 소중한 경험을 얻습니다.

 

 

 

휴직 기간 동안 해야 할 위시리스트는 많았지만, 회사 다닐 때 하지 않았던 것은 휴직하고서도 하지 않는다는 명진리를 깨닫기도 합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하지 않는 것은 시간이 많더라도 우선순위에서 끝자락에 머물더라는 거죠.

 

좋은 성과에 대한 압박감과 미리 불안해하던 패턴 역시 여전했습니다. 그렇게 쉽게 변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요. 대신 휴직 기간에 최대한 이걸 다스려보는데 집중합니다. 직장생활하며 자극에 대한 대처가 힘들었었기에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에 집중합니다. 명상도 해보고 요가도 해보고, 간단한 요리도 배워봅니다.

 

몽돌 작가는 복직 후 같은 상황에 놓여도 앞으로는 덜 눈치 보고, 덜 감정 소모 시키며 단단히 중심 잡는 자아를 위해 노력하는 시기를 보냈습니다.

 

<오늘부로 일 년간 휴직합니다>를 읽다 보면 나와는 다른 환경과 생각을 가진 이여도 결국 고민의 근원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그래서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함께 울컥하기도 합니다.

 

안식년이라는 개념이 우리에게도 보편적으로 누구에게나 다 활용되면 좋겠어요. 무조건 달려야 정답인 사회를 참고 견디라는 것 말고, 어떻게 살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주어지면 좋겠습니다. 스스로를 알아가고, 표현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기까지 그 여정이 쉽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님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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