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죽어도 등교
송헌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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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 소설 플랫폼 브릿G 단편 프로젝트. 이번엔 '학교'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들이 모였습니다. 연애, 괴담, 공포,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를 입맛대로 갖춘 <곧 죽어도 등교>. 단편 특유의 기발하고 신선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브릿G '작가 프로젝트'에서 학교를 소재로 응모된 수많은 작품 중 엄선된 소설과 브릿G에 올려진 학교 소재 소설 중 작품성이 좋은 소설까지 총 8편이 실렸습니다.

 

 

 

소설마다 가장 임팩트 있는 문장을 소개하는데, 떡밥 물지 않고서는 못 배길 정도로 흥미로운 스토리가 기대되더라고요. 장편으로 만들어지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기대치 이상의 소설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단편은 취향이 안 맞는 편이지만 장르소설만큼은 어마어마한 상상력이 동원된 신선한 소재를 만날 수 있어 반기는 편입니다.

 

공포 영화는 잘 못 보지만 공포 소설은 좋아하는 제 입맛에 호러물은 기대감 듬뿍 안겨줬어요. 소설 <우리>는 교실 밖으로 나가면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교실이라는 장소를 밀실과 방탈출과 연계해 풀어낸 공포 미스터리물입니다. 아이들 이름 대신 번호로만 불리는 것부터 아주 냉랭~~합니다.

 

야자가 끝난 후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여주는 <연기>, 학교 하면 귀신 이야기가 빠질 수 없습니다. 귀신 목격담이 불거지자 귀신의 정체를 밝히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비공개 안건>. 낮이든 밤이든 학교는 왜 이렇게나 음침한 이야기들이 등장하는 걸까요. 학교 공포증이 은연중에 이런 식으로 발현되는 걸지도요 ㅋㅋ

 

 

 

<곧 죽어도 등교>에서 꽤 맘에 들었던 단편소설 <신나는 나라 이야기>. 영화 뷰티인사이드 처럼 짧으면 하루, 길면 반 년마다 다른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는 한 영혼의 이야기입니다. 영혼 체인지 소재지만 역시나 기대 이상의 신선함을 뿜어냅니다.

 

하필 인생의 우울한 시기를 겪을 때 그 몸으로 들어가는 영혼. 영혼의 의지로 인생이 살만하다고 느낄 정도로 변화될 즈음엔 또 다른 우울한 인생의 몸으로 가니 매번 다른 사람의 우울한 인생만 살아가는 처지입니다. 왕따 여고생의 몸으로 들어온 영혼이 헤쳐나가는 인생기, 재미와 감동이 함께 하네요.

 

공포 미스터리물 <신의 사탕>은 기괴한 스토리가 압권입니다. 한 몸에 얼굴이 둘이지만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쟁탈전이 끔찍할 정도입니다. 얼굴이 둘이 되는 원인이 인상적이었어요.

 

<밀실 연애편지 사건>, <고딩 연애 수사 전선>은 달달한 학창 시절 연애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추리를 가미한 <밀실 연애편지 사건>은 독자에게 첫 순간부터 편견을 확 집어넣은 작가의 고단수가 의도한 건지 얼결에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작가의 트릭에 손뼉 칠만 했어요. 찰진 대사가 일품인 <고딩 연애 수사 전선>도 뻔한 결말이 아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다문화 가정과 왕따 등 학교 소재 중 현실적인 아픔을 그려낸 <11월의 마지막 경기>는 묵직한 충격을 줍니다.

 

 

 

단편집에서 가끔 겪는 일인데, 작가의 의도대로 내가 제대로 이해한 건가 싶은 소설도 있긴 해요. <곧 죽어도 등교>에 실린 8편이 완벽한 퀄리티를 안겨주진 않았어도, 스토리 자체는 마음에 들었어요. 한 가지 주제로 이토록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니. 다양한 메뉴 중 입맛대로 골라 먹는 뷔페 같은 책입니다.

 

한창 학교 괴담 영화가 붐이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요즘은 뜸한 편인데 이제 다 써먹을 만큼 써먹은 소재로만 생각했다면 오산! <곧 죽어도 등교>를 본다면 식상하단 표현은 쏙 들어가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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