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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프리다 ㅣ 웅진 세계그림책 189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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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사고 이후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위대한 화가로 알려진 프리다 칼로. 그런데 사고 이전 어린 시절부터 아픔이 있었다는 건 미처 몰랐습니다.
선천적인 골반 기형과 여섯 살 때 걸린 소아마비로 다리가 쇠약했던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를 모티프 삼아 그려낸 그림책 <나의 프리다>에서 좌절의 시기를 이겨내고자 애쓴 어린 소녀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고릴라>, <동물원>, <터널>, <돼지책>, <미술관에 간 윌리> 등 유머러스한 그림으로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절묘하게 오가는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 <나의 프리다>는 멕시코 여행 중 알게 된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에 감명받아 만들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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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때 나는 소아마비에 걸려 아홉 달 동안 누워 지내야 했어. 병을 심하게 앓아서 나은 후에도
다리를 절며 천천히 걸어야 했지. #책속한줄
거친 땅에 자리 잡은 채 힘껏 몸부림쳐도 움직일 수 없는 선인장. 원한다 해도 어찌할 수 없는 억압된 감정을 드러내는 것만 같습니다. 소아마비에 걸려 절뚝이며 걸은 프리다. 아이들의 놀림감이 된 프리다도 이와 같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장애를 가졌다는 것만으로 외톨이가 된 프리다는 훨훨 날아다니는 꿈을 꿉니다. 걸림돌 없이 세상을 마음껏 다니고 싶습니다. 하지만 생일 선물로 기대한 장난감 비행기 대신 받은 날개는 실망감만 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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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프리다에게 놀라운 일이 생깁니다. 앤서니 브라운 작가의 <터널> 그림책 장면을 떠오르게 하는 환상의 통로가 <나의 프리다>에서도 등장합니다. 내 주변에도 꽁꽁 숨겨진 비밀 통로가 있을 것만 같아요.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은 환상과 실제, 두 세계의 전환이 무척 자연스럽습니다. 환상의 세계에서는 현실 속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줍니다. 프리다의 마음을 치유하는 매개체는 무엇일지 <나의 프리다>에서 만나보세요.
환상의 세계에 계속 머물 수는 없습니다. 현실의 세계로 되돌아와야 합니다. 하지만 상상의 공간에서 겪은 일들이 현실에 영향을 끼치는 과정이야말로 뭉클한 감동과 여운을 남깁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전환이 인상적인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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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고 외톨이 신세인 프리다를 토닥여준 <나의 프리다>. 어린 시절 이야기는 성인이 되어 더 큰 고통의 시기를 겪을 프리다에게 어쩌면 좌절하지 말고 용기를 낼 수 있는 옹골찬 마음을 안겨줄 발단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프리다 칼로의 일기장에 실제로 이와 관련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고 하니 더 애틋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