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교계 가이드 - 19세기 영국 레이디의 생활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무라카미 리코 지음, 문성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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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 사교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책 <영국 사교계 가이드>. 18세기 산업혁명 후 여유가 생긴 중류층 계급이 늘어나면서 귀족, 지주 등 상류 계급의 행동과 생활습관을 따라 하는 풍조가 유행했습니다. 당시 히트친 책들이 <에티켓 힌트>, <상류 사교계의 에티켓>, <상류 사교계의 매너와 룰> 같은 책이었을 정도로요.

 

AK 트리비아 북 시리즈로 나온 <영국 사교계 가이드>는 전문직, 성공한 자산가, 거상, 고명한 예술가들 등을 대상으로 한 상류층 예의 작법서 《에티켓 북》을 교과서 삼아 19세기 영국 사교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교계 분위기는 주로 장르소설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는데 시대물을 다루는 창작자들에겐 이런 백과사전식 교양서가 필수겠어요. 올바른 명칭에서부터 복잡합니다. 왕족은 물론 귀족 작위 부를 때의 경칭도 입장에 맞게, 상황이나 관계에 따라 부르는 방법이 다르고, 직접 말할 때와 서면에 쓰이는 경칭도 조금씩 다르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네요.

 

 

 

방문하는 것조차 뭐가 그리도 까다롭고 복잡한지. 명함처럼 생긴 방문카드 작성법만 해도 세밀한 룰이 가득했습니다. 사교계에 입성하려면 드레스코드 맞추는 건 기본이죠. 파라솔과 모자, 장갑 등 소품 사용에도 규칙이 있었습니다. 커틀러리 사용법도 세세하게 알려주고 있어 당시 일반 중류 계급 사람들이 이런 정보에 얼마나 목매달았는지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레이디의 소양뿐만 아니라 신사로서의 의무도 다루는데 생각보다 남성이 사교 기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도 꽤 많더군요.

 

상류 사교계의 매너와 관습을 보며 사교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에티켓 북에는 겉치레에 중점을 두긴 해도 마음가짐에 대한 서술도 잊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지위 상승을 바라고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말라고 말이죠. 타고난 상류 계급과 그들을 따라 하는 중류 계급 간의 차이를 꼬집는 셈입니다. 이 정도 규칙을 완전히 몸으로 기억하고 무의식적으로 사용할 만큼의 수준이 되려면 책 한 번 읽고 금세 될 리는 없을 테죠.

 

 

 

남성보다는 여성에 맞춰 만들어진 에티켓 북. 19세기 빅토리아 시대가 저물 즈음엔 이런 룰에 저항하는 이들도 생깁니다. "에티켓이란 세상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이상적인 모습이 형태를 취한 것이다."라는 말처럼 사회가 바라는 규범, 이상적인 이미지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시류에 따라 변하는 에티켓. 지독할 정도의 겉치레를 쏙 빼버리면 그 중심엔 '매너는 결국 배려'하는 마음이 남아있어야 하지만, 왜곡되어 변형된 가치관으로 남게 된 경우가 허다한 현실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게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교계의 모습은 허영과 자존심을 잔뜩 반영하고 있었어요. 이렇게 또 새로운 역사 문화를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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