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계절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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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F 소설계 인싸가 되려면 이 작품을 읽어야겠죠~! 한 시리즈의 3년 연속 휴고상 수상작이라는 쾌거를 일군 《부서진 대지》 시리즈. 그 첫 번째 작품 <다섯 번째 계절>이 황금가지에서 나왔습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N. K. 제미신 작가는 이 시리즈에서 평소 관심 기울인 성과 인종 차별 문제를 슬며시 넣었습니다. 첫 번째 작품 <다섯 번째 계절>을 읽는 내내 인물들 간의 다양한 관계와 내외적 문제들을 은밀하게 혹은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녹여낸 걸 볼 수 있었어요.

 

'반지의 제왕'처럼 중후함이 느껴지다가도 '매드맥스', '모털엔진'의 비주얼이 엿보이는 매력적인 소설 <다섯 번째 계절>. 거대한 땅덩어리 고요 대륙의 활기 넘치는 도시 유메네스를 중심으로 세상의 종말에 관한 방대한 스토리가 펼쳐집니다.

 

 

 

세 살도 안 된 아들을 잃은 에쑨. 아들을 죽인 건 다름 아닌 남편이었고 딸을 데리고 사라져버립니다. 죽은 아들 곁에서 분노와 절망감에 휩싸인 에쑨은 뭔가를 본능적으로 저지르는데. 그 시각 유메네스에서 시작한 재앙이 이 마을도 덮쳤어야 했지만 에쑨 덕분에 재앙에서 비켜나고, 그 때문에 에쑨이 애써 감춰온 그녀의 정체가 밝혀질 위기에 처합니다.

 

에쑨은 산도 움직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오로진. 불가사의한 존재인 오로진은 제어 능력에 따라 등급이 구분됩니다. 훈련을 받지 않은 야생 오로진은 로가라고 불리며 일반인들의 두려움과 공포의 희생양이 됩니다. 에쑨의 아들처럼 말이죠. 많은 사람들을 본능적으로 간단히 죽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펄크럼이란 곳에서 훈련을 받은 오로진들은 제어력이 뛰어날수록 반지를 많이 받게 되고, 재앙을 멈춰 도시를 살릴 수 있는 귀한 인재로 여겨집니다.

 

유메네스에서 발생한 알 수 없는 재앙은 다섯 번째 계절을 불러올 정도로 강력했습니다. 고요 대륙의 역사에서 말하는 다섯 번째 계절은 사계절을 넘어 사람이 살 수 없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번 재앙은 너무나 강력했기에 천 년의 기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다섯 번째 계절을 앞둔 공포와 불안감이 만연한 시기. 딸을 데리고 사라진 남편을 쫓는 에쑨의 긴 여정도 시작됩니다.

 

소설 <다섯 번째 계절>에서는 에쑨의 여정 외에도 야생 오로진에서 발견된 소녀가 훈련받는 과정을 그린 다마야의 이야기와 네 반지를 받은 시에나이트와 열 반지를 받은 어마무시한 인물이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보여줍니다.

 

 

 

초반에는 낯선 용어와 이 사람 저 사람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방식에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해 진도가 더뎠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설마? 헉! 진짜?! 감탄사 연발하며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로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특히 오로진의 능력이 작용하는 방식을 묘사하는 장면에선 상상력이 풀가동됩니다. 이걸 영상으로 표현해내는 걸 보고 싶어요.

 

이유 없는 폭력을 낳은 혐오와 증오가 팽배한 사회의 면면을 보여준 <다섯 번째 계절>. 다양한 능력을 지닌 캐릭터들도 매력적이고, 소름 돋을만한 깨달음이 강타하는 장면에선 입이 쩍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다섯 번째 계절>, <오벨리스크 관문>, <돌빛 하늘>로 이어지는 《부서진 대지》 3부작. <레드 라이징 3부작>처럼 메탈릭한 SF 소설을 좋아하는 제 평소 취향과는 거리가 있어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거대한 돌처럼 묵직한 대서사시 같은 판타지 소설에 어느 순간 제대로 빠져들고 있더라고요. 판타지 장르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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