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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폭조항 ㅣ LL 시리즈
쓰키무라 료에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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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회 일본SF대상 수상작 <자폭조항>은 SF 경찰 소설 <기룡경찰>의 후속작입니다. 기다렸는데 드디어! 6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이번에도 역시 쓰키무라 료에 작가의 스펙터클한 액션 신과 진중한 문장이 잘 조합되어 순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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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족 보행용 병기 기갑병장이 있는 근미래. 기술이 알려지지 않은 신형 기갑병장 '드래군'과 드래군 탑승 요원이 있는 특수부의 탄생 배경과 드래군의 첫 사건을 그린 <기룡경찰>에 이어 <자폭조항>은 드래군 탑승 요원 중 한 명의 과거에 초점 맞춥니다.
북아일랜드 테러리스트 전적이 있는 라이저 라드너.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서 벌어진 독립 무력 항쟁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소설의 주요 배경으로 자리 잡습니다. 배신자 가문이라는 오명을 쓴 채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하고 국제 테러리스트 조직에 가담한 라이저는 조직 내에서 '처형인'으로 악명을 떨쳤습니다.
하지만 조직의 참모 중진인 킬리언의 목표 달성에 한 발짝 다가서는데 체스 말처럼 사용되는 라이저. 전사로서 온갖 기술을 익히며 테러리스트가 되는 과정은 물론이고, 결국 조직을 떠나게 될 정도로 충격적인 상황을 겪은 라이저의 내면을 세심하게 다룹니다.
군인 용병인 스가타와 전 경찰 출신 유리는 그렇다 치고 어떻게 전 테러리스트가 경찰 특수부 드래군 용병으로 계약을 하게 되었는지 의문을 남겼던 전작의 궁금증을 <자폭조항>에서 말끔히 해결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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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저의 과거와 관련한 국제 테러리스트 조직이 일본 내에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을지 긴장감이 감돕니다. 전모를 알 수 없는 대규모 테러가 예상되는 만큼 그 과정에서 영국과 아일랜드의 투쟁 역사에 못지않게 정부와 경찰, 경찰과 특수부 간의 내부 상황도 속고 속이는 생존경쟁이 치열합니다.
죽음과 악운을 데리고 다닌다는 조직의 배신자 라이저와 세 처형인을 대동하고 온 킬리언. 그 사이에서 무수히 많은 수를 읽고 잡아채 범죄를 막아야 하는 특수부의 긴박한 상황이 계속 이어집니다. 킬리언의 각본과 연출대로 놀아날 것인지,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기 힘들 겁니다. 특히 제목 '자폭조항'의 의미가 드러나는 장면에선 정말 소오름~ 이었어요.
<기룡경찰>에서부터 드래군 세 기의 매력에 푹 빠졌었어요. 인간 글래디에이터 같은 피어볼그, 칠흑처럼 검은 사냥개 같은 바게스트, 하얀 죽음의 정령 밴시. <자폭조항>에서도 드래군 활약 장면은 두근두근! 건담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분명 좋아할 만한 스타일이랍니다 ㅋㅋ 다음 1년도 엄청 기다릴 듯해요. 기룡경찰의 세 번째 이야기이자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을 받은 <암흑시장>은 어떤 내용으로 다가올지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