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역사 - 우리 역사의 빛과 어둠

[세트] 땅의 역사 1~2 세트 - 전2권 ㅣ 땅의 역사
박종인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1월

5000년 역사는 찬란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빛이 있다면 어둠이 있듯 우리 역사 속 찬란함과 추함을 입체적으로 펼쳐 보인 <땅의 역사>. 27년 차 여행문화전문기자 박종인의 인문 기행은 우리 땅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여행기를 넘어 그 땅의 역사를 들춥니다. "읽기 전에 심호흡이 필요하다."로 시작하는 만큼 그 역사는 비겁할 수도 있습니다.

1권 소인배와 대인들, 2권 치욕의 역사, 명예의 역사 부제를 통해 짐작할 수 있듯 빛과 어둠이 합쳐져 만들어진 우리 역사의 이모저모를 만날 수 있습니다.

흔히 알던 역사 뒤에 우리가 몰랐던 소인배가 이토록 많았고 그 소인배들이 어떻게 나라를 망쳤는지 알게 될수록 지금의 대한민국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비겁하고 무능한 소인배들이 있었던 만큼 지조 있던 대인들도 있었습니다.

박종인 여행작가는 대인들을 잊지 않고 소인배 또한 이 땅에 다시 나오지 못하도록 기억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옛날에 벌어진 추함을 알면 앞으로는 그런 추함을 저지르지 않도록 감시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이죠.

'남강이 피로 물들던 날 도주 중이었던 선조' 편에서는 전 성민이 전멸한 2차 진주성 전투의 역사를 들려줍니다. 의기 논개가 등장한 바로 그 전투입니다. 조선에 주둔한 병력의 절반을 진주에 집합한 도요토미 히데요시. 10만 일본군에게 조선군과 민간인 6만 명이 학살되었습니다.

당시 선조는 선조가 탄 가마 행렬을 푸대접한 평안도 남포 강서현령의 죄를 엄중 조사하라고 명하고 있었습니다. 선조는 이후 자기 몸 살펴준 사람들은 심부름꾼까지 포함해 호성공신으로 만들고, 전쟁터에서 승리한 선무공신에는 목숨 걸고 싸운 의병장들 그 누구도 선정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47일간의 전쟁 병자호란에 일어난 이야기도 분노를 솟구치게 합니다. 강화도 갯벌을 뒤덮은 나문재 풀밭이 붉게 된 이야기입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 하지도 않는 정권 아래 힘없는 백성들만 죽도록 고생한 이들의 가슴 아픈 역사입니다.

무력한 권력자들의 역사는 이어집니다. 충직한 내시를 잔인하게 죽인 폭군도 있었고, 국정을 농단한 무당이 궁의 실 주인이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반면 이순신, 장영실, 남자현 등의 대인들도 있었습니다. 조선인들이 만주에서 행한 독립투쟁기, 블라디보스토크 여행 가이드북을 통해 그제서야 이름을 듣게 되었던 신한촌의 역사 등 우리가 잊어버린 영웅들의 이야기도 많습니다.

무관심에 망각되는 역사. 우리가 아는 역사는 방대한 이야기 중 극히 일부분일 뿐이라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누군가는 기억하고 기록했기에 훗날 되살려낼 수 있었지만 기록이 없어 잊힌 진실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땅의 역사>에 소개된 국내 유적지는 독자들이 답사할 수 있게 주소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스토리가 담긴 듯한 박종인 작가의 사진이 일품인 이 책과 함께 우리 땅에 고스란히 새겨진 역사의 명암을 직접 체험해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