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어떻게 돼? - 각자의 속도로, 서로의 리듬으로
박철현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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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 생활과 육아를 아빠의 시선에서 바라본 <어른은 어떻게 돼?>. 한결같이 헉 소리 나왔을 거예요. 띠지 문구 "아, 애는 넷이구요."에서 말이죠.

 

2001년 도피성 유학 생활 중 만난 일본인 아내 덕분에 쭉 눌러앉은 저자의 이력을 보다 보면... 사랑으로 철없이 시작했다가 그 사랑이 사람 제대로 만들었구나 싶을 정도로 한 가족의 탄생과 성장은 웃음과 감동 범벅이었어요.

 

애가 넷이라 하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집인가 싶은 생각이 먼저 들 정도이지만 딱히 그렇지는 않았어요. 근근이 꾸려나가는 정도. 그런데도 너무나도 밝습니다. 아이들이요. 네 아이가 다 개성이 뚜렷하고 매력 만점입니다. 삶에 짓눌리더라도 그 팍팍함을 남 탓하며 엉뚱하게 발산하지 않고 아내와 아이들을 대했으니 가능한 현재가 아닐까 싶어요.


일본에 살다 보니 아무래도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는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일본 사회의 장점은 본받을만했습니다. 부모 시선에서 바라본 일본의 복지행정은 부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어요. (초등학교까지 아이 병원비가 무료라니!!!)

 

무엇보다 표면적으로 직업에 대한 귀천 의식은 없다고 합니다. 신분상승 대신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걸 업종 상관없이 높이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여서, 저자 역시 술집 마스터였던 시기도 있었고 현재는 일명 노가다라 불리는 인테리어 일과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을 가졌지만 직업의 귀천으로 겪는 고충은 없는 것 같았어요.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아도 재미있게 사는 삶. 아이들이 많아 생활이 더 힘들어진 게 아니라 오히려 이겨내는 힘이 되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섯 식구가 외벌이만으로 버틸 수 있는 힘. 수입이 줄어들어도 일상에 큰 어려움이 없는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던 건 아내의 남모를 살림 필살기가 있었을 테고, 그만큼 한눈팔지 않은 저자의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일 겁니다.

 

 

 

게다가 17년 결혼생활에 부부싸움 한 번 없었다는 이 부부! @.@ 육아 문제는 무조건 아내 편을 들고 아내를 경의와 경배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이 남편의 처세, 다들 새겨들어보세요. 지는 법을 잘할 줄 아는 남편이야말로 결국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키는 거고, 아이들에게 무시당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줍니다.

 

아이들이 하는 말을 보면 부모의 교육관을 짐작할 수 있듯 부모의 모습에서 자연스레 보고 배우는 거 아니겠어요. 얼토당토않는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강요하지 않는 교육관을 가진 이 부부에게 공감 많이 되었습니다. 저자와 비슷한 지론을 가진 저조차도 혀를 내두를 만큼 확고했습니다. 숙제는 공부에 뒤처지면 안 되니 하는 게 아니라 선생님과의 약속이니 지켜야 한다는 관점은 특히 인상적이기도 했고요.

 

경제적으로 어려울 땐 그 심정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달되기 마련인데 어떻게 마음을 잘 다독이며 웃음꽃 피는 가족을 꾸려나갔는지 정말 대단해요. 아이들 등원도 시키고, 아침 집안일 담당을 소홀히 하지 않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 생각이 깨어있는 사람이다 싶네요. 무엇보다 아이들의 말이 똑 부러집니다. 그 말에 묘하게 설득당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타국에서 육아를 하며 경제 활동을 하는 가장의 이야기 <어른은 어떻게 돼?>. 편집자 후기를 읽어보면 얼마나 이 가족에게 애정 한가득인지 느낄 수 있을만큼 편집자 후기마저도 감동 덩어리예요. 그만큼 어떨 땐 울컥하는 감동을, 어떨 땐 배꼽 잡을 만큼 재미있는 웃음을 선사합니다. 어른은 어떻게 되냐는 질문의 대답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어쩌면 누구나 그렇게 되길 원했던 '아빠'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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