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 가든 (리커버) - 개정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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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일상을 그린 일본 소설, 영화 특유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홀리가든>. 한국 출간 10주년 기념, 김옥 일러스트레이터의 예쁜 그림으로 표지 장식을 한 리커버 개정판으로 읽었습니다. 20년 지기 친구 가호와 시즈에 두 여자의 이야기. 잔잔한 파동으로 물결치는 내면을 잘 그려낸 소설입니다.

 

느긋한 낙천주의자였지만 실연 후 마음을 꼭 닫고 사는 안경원 점원 가호는 과거를 차곡차곡 안고 사는 여자입니다. 규칙적인 삶을 지키며 늘 가호를 걱정하는 고등학교 선생님 시즈에는 현재를 사는 여자입니다.

 

두 여자 곁에는 맴도는 남자들도 많습니다. 속을 알 수 없는 가호 곁엔 충견이라 놀림당하면서도 맴도는 직장 동료 외에도 가벼운 만남을 가지는 남자들이 있습니다. 언제나 올라잇 상태를 갈구하며 독신 선언한 시즈에 곁에도 유부남이 머뭅니다.

 

혼자서 밥을 먹기 싫어하는 가호는 몇 개월간의 저녁식사 스케줄이 동창 여자친구들로 꽉 채워질 정도지만, 그중 시즈에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가호와 시즈에는 고운 정 외에 미운 정도 든 사이입니다. 서로의 일을 웬만큼 다 알고 있지만, 문득문득 드는 내밀한 감정만큼은 각자의 몫입니다.

 

스위트홀릭, 단것만 발작적으로 먹고 토하기를 반복하는 심인성 섭식 장애를 겪은 가호. 평화롭게 살기 위한 요령으로 생각을 깊이 하지 않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무감하게 삽니다. 가호 입장에선 항상 걱정하는 시즈에의 모습이 동정으로 보일 때도 있습니다. 시즈에는 실연의 상처를 계속 안고 마음을 닫고 사는 가호가 안타깝기만 합니다. 하지만 시즈에 역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을 용납할 수 없을 뿐입니다. all right를 외치며 말이죠.

 

결국, 감정적으로 처신하는 쪽이 지는 것이다. 불필요한 호의가 사람을 감정적으로 만든다. - 책 속에서

 

 

 

오래된 친구 사이지만 피해야 할 얘깃거리가 늘어가는 현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게 두려우면서도 견제인지 걱정인지 늘 되풀이되는 마음. 예민해하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하는 가호와 시즈에.

 

질투로 범벅된 막장 스토리를 기대했다면 무척 심심할 수 있는 소설입니다. 내밀한 감정을 슬며시 드러내려다 멈추는 식이라 답답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오랜 인연을 끌고 가는 여자친구가 있다면, 지금은 다들 결혼하고 각자의 인생을 사느라 바빠 멀어졌더라도 학창시절에 겪은 설익은 감정의 기억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이 불행할 때 상대도 불행하면 기운이 나는 것은 왜일까. 상대가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자신의 행복보다 훨씬 더 많이 바라는데.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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