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정원
닷 허치슨 지음, 김옥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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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화 확정된 소설이라는 걸 알고 읽긴 했지만, 반드시 영화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초반부터 강렬히 든 서스펜스 스릴러 소설 <나비 정원>. 영상으로는 찰나의 순간으로 지나칠법한 장면도 인물들의 내면을 곱씹어 보며 그 감정에 푹 빠져들 수 있는 원작소설만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납치당했다 풀려난 수많은 여자들 중 한 명, 이름도 나이도 알 수 없는 피해자와의 심문으로 시작합니다. 희생자 특유의 트라우마를 내비치지 않는 담담한 얼굴, 옷으로도 감출 수 없는 문신을 가진 여자. 체념도 거부도 아닌 모습으로 담담히 뱉어내는 이야기는 경악 그 자체입니다. 왜 납치당했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범인은 어떤 사람인지.

 

"나비 정원에 온 걸 환영해."

 

어느 날 갑자기 납치당한 여자. 그곳엔 이미 납치당한 여자들이 있었고, 한결같이 등에 나비 날개 문신이 새겨져 있습니다. 여자들을 납치한 남자는 정원사로 불립니다. 여자들을 나비로 만들어 그가 가꾼 아름다운 정원에 두면서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냈습니다.

 

아름다운 나비 날개 문신을 한 여자들은 어느 순간이 되면 사라집니다. 사라진 여자 대신 새로운 여자가 들어옵니다. 가장 아름다울 때 자기 나비를 영원히 간직하고자 하는 정원사의 비틀린 사랑은 끔찍합니다.

 

"앞으로 몇 년을 더 살 수 있다면, 그거라도 살고 싶었어요, 이런 식으로나마. 수많은 기회를 포기하고 체념하는 한이 있더라도, 계속 살고 싶었어요. 차라리 목숨을 내 손으로 끊을지언정, 죽는 길을 내 발로 찾아갈 생각은 없었어요."

 

 

 

나비들 중 하나였던 여자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나비 정원>. 성실한 모습으로 가장한 사이코패스 남자의 행동 너머 납치당한 여자들의 과거와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더 경악스러운 건 정원사의 두 아들과 함께라는 겁니다. 공포가 깃든 여자들을 갈망하는 큰 아들과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작은 아들의 관계가 더해져, 멀리 날아갈 수 없는 온실 속의 나비로 사육된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알 수 없는 여자의 고백 속에 밝혀지는 진실. 영화로는 자극적인 요소만 내세우는 건 아닐지 우려되기도 해서... 이런 소재는 감정선을 세밀하게 읽어낼 수 있는 글로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네요.

 

"비겁한 건 본성일 수 있지만, 선택이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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