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하모니카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쿠니 가오리 작가 특유의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가 돋보이는 <개와 하모니카>. 제38회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 수상작 『개와 하모니카』를 포함해 총 여섯 편의 단편소설 모음집입니다.

 

개인적으로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냉정과 열정 사이>를 가장 좋아하는 데다가 단편보다는 장편을 선호하지만, <개와 하모니카>를 읽고 나니 싱거운듯하면서도 기묘한 여운이 오랫동안 남아 색다른 매력을 느꼈답니다.

 

가장 재미있었던 표제작 『개와 하모니카』에서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 간의 짧은 만남 동안 제각각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전혀 상관없는 관계임에도 공항에서 우연히 스쳐 지나가는 동안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 그러고 보니 이런 경험은 누구나 평소에 자주 하는 거라는 걸 깨달았어요. 길을 걷다 지나가는 사람의 표정을 보며 혼자만의 상상을 잠깐 펼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죠.

 

외국인 청년, 가정불화로 서먹한 부부, 해외에 사는 딸가족네를 다녀온 노부인, 대가족 여행객... 그들의 일상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찰나의 순간. 그 순간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하거나 강렬한 것도 아니고 어쩌면 너무나도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각자의 마음에 조용한 파문을 일으킵니다.

 

단편 모음집 <개와 하모니카>의 인물들은 모두 나름의 고독을 표현하거나 감추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혼을 한 이라면 결혼생활의 공허함이 곳곳에 묻어있고, 연애를 하는 이들은 상대방에 대한 더 알고 싶은 마음과 간섭받기 싫어하는 이중적인 마음을 드러납니다.

 

5년 넘게 애인이었다가 헤어진 날 밤, 잠든 아내를 보며 담담하게 심경을 그려내는 『침실』, 문장 하나하나에 감정의 냄새를 담은 『늦여름 해 질 녘』, 고전 겐지 이야기를 현대적 감성으로 표현한 『유가오』 등 여섯 편의 이야기에서는 함께 있음에도 자의로든 타의로든 외로움과 고독이란 감정을 가진 인간의 마음을 보여줍니다. 

 

단편마다 일상의 극히 작은 한 지점만을 이야기해 전후 스토리는 독자의 상상에 맡깁니다. 감미로운 꿈을 꾼 것 같다가도 어느새 현실의 일상이 되는 평범한 이야기. 시원한 결론은 없지만 오히려 현실감 있는 인생처럼 다가오는 스토리입니다.

 

누구나 가진 고독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한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개와 하모니카>. 단편들의 소재는 사소하면서도 달콤하지만은 않은 일상의 한 부분, 그래서인지 쌉쌀한 여운도 꽤 오래 남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