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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세계 ㅣ 블랙 로맨스 클럽
아이작 마리온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웜 바디스>에서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며 '거의 산 자'가 된 좀비 R. 그의 치유는 좀비 세상에 새로운 길을 펼칩니다. 좀비란 건 그저 역병이었을 뿐. 역병을 종식시킬 안내자가 된 R과 줄리는 치유를 퍼뜨리려 노력합니다.
무엇이 '죽은 자'에서 '거의 산 자'로 각성하게 하는 걸까. 정신적 상태뿐만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변화는 일어납니다. 부패된 곳은 치유됩니다. 하지만 상처는 치유되지 않아 상태가 좋지 못한 '거의 산 자'들은 결국 부활하지 못합니다.
<타오르는 세계>에서는 좀비와의 대결에서 벗어나 인간 세계에서의 먹고 먹히는 정치적 먹이사슬을 보여줍니다. 줄리가 몸담았던 시티 스타디움으로 연합 제안을 하러 온 액시엄 사절단. 그들의 계략으로 벌어진 폭발 사고는 시티 스타디움의 지도자는 물론 수많은 목숨을 앗아버렸고 결국 액시엄의 손아귀에 들어갑니다.
이 싸움으로 액시엄의 추격을 받게 된 R과 줄리 일행들. 액시엄과 죽은 자들 모두에게서 벗어나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웜 바디스>의 달달한 로맨스 분위기 속에서도 정통적인 좀비 영화에서 볼 수 있을법한 잔혹한 장면이 많았는데, <타오르는 세계>에서는 인간의 잔학성이 표출되는 장면들이 꽤 있네요.
좀비가 되기 전의 첫 번째 인생, 좀비일 때의 두 번째 인생, 줄리를 만난 후 세 번째 인생을 겪는 R. '거의 산 자'가 된 R이 과거의 자신을 기억해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충격, 안타까움이 혼재하게 됩니다. 좀비 세상 밖으로 나가 사랑에 빠졌던 그가 기억해낸 과거는 상상 이상의 것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세계를 손아귀에 쥐려는 액시엄. 수상한 실험실 목격담, 액시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기이한 특성 등 그들은 무엇을 위해 어떤 짓을 했던 걸까요.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 있는 이들을 뭐라 불러야 할까요. 백지 위에 누군가가 그리는 대로 달라지는 인생이라면 그들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웜 바디스>에서는 좀비를 죽이거나 좀비에게서 달아나야만 하는 인간 대 좀비의 전쟁이라는 정통 좀비 세계관을 펼쳤다면, <타오르는 세계>에서 하나둘 밝혀지는 비밀은 인간 욕망의 끝이 어디를 향하는지 보여줍니다. 숨을 수도 탈출할 수도 없는 세상에서 R과 줄리 일행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인간의 탐욕이 부른 종말이라면 이런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 더 오싹해집니다. 그나저나 3부작이 되려나요... 마지막 페이지를 덮자마자 다음 이야기가 나오겠구나 싶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