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강의 섭외 전화를 받았던 건 몇 달 전이었다. 누군가 나를 추천했다고 했다. 그 누군가가 누군지는 오늘 와서 확인했다. 네임 밸류로 따지면 영광이다 싶었다.

사실 엄청 바쁜 시기에 시간 빼서 제주까지 오는게 부담스러웠다. 그렇지만 명확한 이유 없이 강의 요청을 거부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 게다가 나만 할 수 있는 내용이 있었다. 사실 얘기를 듣는 순간,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강의구나 싶었다.

10월 말까지 강의자료는 보내기로 했는데, 다른 일로 바빠서 어제까지 손도 못 댔다. 어제 낮에 조금 하다 말고 외부 일정 때문에 나갔고, 밤 9시가 훌쩍 넘어 마지막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 가서 강의자료는 완성해야지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만난 이들과 가볍게 한잔 하고 헤어지니 자정이었다.

결국 회의자료는 만들지도 못하고 피곤해 잠들었고, 아침에 급하게 2시간만에 만들어서 보내고 회의를 갔다.

오후 3시45분 비행기였는데, 오전 회의와 오후 면담 일정까지 있어서 정신없이 바빴다. 급하게 움직여 간신히 비행기 시간을 맞췄다. 이게 몇 년만의 비행기냐? 몇 년만의 제주도냐? 그렇지만 저녁에 강의하고 밤에 끝나서 하루 자고 다음날 바로 서울로 돌아와야 하니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탄것도 아마 제주도였다. 12년쯤? 그때도 썩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이번 제주행은 어떨까?

강의는 참가자가 적어 아쉬웠지만(지금껏 내 강의 중 가장 적었다) 나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강의했다. 강의를 마친후 밤늦게 제주 흑돼지 삼겹살과 한라산 소주를 늦은 저녁으로 먹었다.

지금은 주최측에서 결제해준 호텔에 짐 풀고, 호텔 9층 라운지에서 맥주 쿠폰으로 밤 바다 바라보면 맥주 마시는 중.

강의도 열심히 했고, 오랜만에 제주에 왔고, 밤 바다를 보는 것도 정말 좋은데, 기분은 썩 좋지 않다. 그냥 나 여기서 뭐하고 있지? 그런 기분. 에이 술이나 더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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