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자존감일 것이다. 나는 상대적으로 자존감이 높은 편에 속하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한다. 학창시절 공부도 안 했고, 폭력 사건 전과도 달았지만, 대학은 무난히 들어갔고, 학생운동하면서 간부가 되었다. 많은 선배들과 동기들이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뭔가 원하는 사람들은 계속 내게 뭔가를 바란다. 나는 늘 내가 잘났다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라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사이의 틈이다. 자존감 높은 잘난 어떤 가상의 상태의 나와 현실의 나는 다른 사람이다. 이런저런 일에서 내가 남들보다 더 통찰력을 발휘하거나, 남들이 생각 못 한 어떤 역할을 한 적은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분명 아니다!

엊그정 인연을 맺게 된 어느 분이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무척 조용하고, 지적인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린 시절 이야기 듣고 나니, 완전 개구장이에 머리 굴리는 사람으로 보여요˝

그 여성에게 내가 뭐라고 옛날 얘길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폭력전과를 달았던 시절 이야기 였겠지. 난 상황에 따라 완전 설치기도 하고, 완전 조용하기도 하다. 암튼 머리를 굴리는 편인건 확실하다.

토요일이라 일찍 만난 후배가 벌써 2시간 30분 넘게 정신을 못 차리고 졸고 있다. 나는 2시간 30분 넘게 대화상대가 없이 심심하다. 도저히 못 참겠어서 다른 후배를 불렀다. 그 친구는 오고 있는 중이다.

할 말도 많고, 쓰고 싶은 말도 많은 날들이다. 오직 시간이 부족할 뿐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 근데 내가 대체 왜 시간의 허락을 받아야 만 내 이야기를 쓸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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