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Kuch Kuch Hota Hai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두근 두근 가슴이 뛰어!


일요일 아침, 유튜브로 인도 영화 음악을 틀어놓고 음식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작은 아이가 깨더니 음악 소리를 쫓아 나왔다. 난 엉금엉금 기어서 방을 나오는 녀석을 안아올려 이마에 입을 맞췄다. 녀석은 잠시 양팔로 내 목을 감싸 껴안더니, 곧 버둥거리며 내려와 노트북 화면을 보려고 했다. 난 장난을 치며 일부러 녀석을 더 높이 안아 올렸다. 녀석은 양발을 쭉 뻗어 발 뒷굼치로 내 쇄골 부위를 찍어 눌렀다. 생각보다 아파서 녀석을 내려놓았다.


난 녀석의 이마에 한 번 더 입을 맞추고 음식 준비를 마무리 지었다. 마침 큰 아이도 깨어 이불 속에서 나를 불렀다. 안아달라는 거였다. 이제 훌쩍 키가 커버린 녀석을 안기는 쉽지 않았다. 큰 아이의 이마에도 입을 맞추고, 일어나 밥을 먹자고 했다. 큰 아이는 다시 이불을 덮어 쓰고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내며 투정을 부렸다.


그러는 사이 유튜브는 자동으로 노래를 바꿔 [데브다스]의 어떤 노래를 들려줬다. 화면에서는 아이쉬와라 라이가 인도 전통 춤인 듯한 춤을 추고 있었다. 이 영화를 본 지 오래되어서 이게 어떤 장면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샤룩 칸과 아이쉬와라가 어떤 관계였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몇 차례 밥 먹자고 채근한 후에, 난 큰 아이가 스스로 일어나 나오기를 기다리며 노트북 화면에서 춤을 추는 아이쉬와라에 집중했다. 섹시한 사리를 입고,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한 모습에 눈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화장실을 다녀온 작은 아이는 자연스럽게 내 무릎에 앉아 함께 화면을 들여다 보았다. 신나는 음악과 화려한 춤을 보며 작은 아이는 내 가슴에 기댄 머리를 끄덕끄덕 움직였다.


그리고 다시 유튜브가 선곡한 노래는 놀랍게도 [꾸츠 꾸츠 호타 해]에서 클라이막스 즈음 나온 노래였다. 샤룩 칸과 까졸이 다시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과정을 노래 속에 담은 장면이었다. 이 노래를 듣다보니 [도스타나]에서 주인공들이 따라한 유명한 장면, 갑자기 쏟아진 장대비를 맞은 후 춤을 추는 장면이 보고 싶었다. 그 장면을 유튜브에서 찾으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어떤 키워드로 검색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노래와 춤이 섞인 맛살라 장면이 아니라서 검색이 안 되는 것인지도 몰랐다.


아니, 그런데 나 이 영화를 갖고 있는데, 왜 힘들게 검색해서 찾으려는 거지? 난 이 장면만 보고 큰 아이를 불러 밥을 먹으려고 영화를 켜서 찾고 있는데, 큰 아이도 내 옆으로 다가왔다. 우리 셋은 그 유명한 장면을 함께 봤다. 큰 아이는 놀랍게도 예전에 함께 보았던 기억을 떠올려, 까졸이 "노 뮤직"이라고 말하자, 다음에 이어지는 샤룩 칸의 피아노 치는 듯한 손동작을 그대로 따라했다. 게다가 까졸이 결정적인 장면에서 흠칫 놀라, 갑자기 뛰어가는 걸 보고는, 약혼반지 때문이냐고 내게 물었다. 어느새 그런 걸 다 이해할 정도로 자랐구나 싶어 놀랐다. 아이들은 이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보고 싶어했고, 난 밥을 먹고 나서 보여주겠다고 했다.


밥을 다 먹고 약속대로 영화를 처음부터 보여줬다. 라니 무케르지가 죽음을 앞두고 있는 장면. 이 영화 몇 번을 보았지만, 이 샤룩 칸과 라니의 눈물 연기는 참 어색하다. 아니 영화 전체가 다 촌스럽고 어색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게 또 이 영화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여러 곡의 노래 중에 나는 '코이 밀리 가야'라는 곡을 가장 좋아하고, 큰 아이는 '꾸츠 꾸츠 호타 해'라는 주제곡을 가장 좋아했다.


영화의 중반 이후 샤룩과 까졸이 서로에게 "두근 두근 가슴이 뛰어! 넌 이해하지 못하겠지만"이라고 말한다. 이 대사가 바로 이 영화의 전부라 볼 수 있다. 




몇 번이나 이 영화를 봤지만, 이번에 보면서는 남다른 감정이 들었다. 제법 오랫동안 가슴이 뛰지 않는 삶을 살았다. 그저 일상에 떠밀려 주어지는 대로 따라왔다.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 채. 최근 이젠 좀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두근 두근 가슴이 뛰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다시 느끼고 싶다. 그리고 그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처럼 마냥 좋은 것이 아니라는 걸 안다. 불안, 좌절, 슬픔, 아쉬움 등이 늘 따라다닐 것이다.


큰 아이와 함께 '꾸츠 꾸츠 호타 해'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이젠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저 바라는 것 만으로 바뀌는 것은 없으니, 이제라도 노력을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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