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을 읽고 있다. 아, 그런데 정말 읽기가 힘들다. 글 자체가 딱딱한 점은 애초에 예상했던 바이므로 괜찮은데, 2장 '연구를 위한 도구'에서부터 구체적으로 언급되는 각종 사례들을 읽기가 너무 불편하다. 그래 잘 알고 있다. 불편해도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 불편함을 제대로 알고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기가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다. 벌써 며칠째 2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제는 슬쩍 3장 '지금 공장식 농장에서는'으로 건너뛰어 봤는데, 평소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주제여서 그런지 여기도 그리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지금 내 상태와 상황이 책 읽기에 집중할만큼 여유롭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과 같은 이유로 어렵고 힘들게 읽었던 책이 또 있었다. [코끼리는 아프다]라는 책이었는데, 이 책에도 수많은 코끼리들의 피해사례들이 나열되어 있다. 처음에는 코끼리들이 겪은 끔찍한 사건들(엄마를 비롯한 무리의 어른 코끼리들이 모두 사냥당하는)을 겪고 살아남은 코끼리들이 인간과 똑같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고통받는 사실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흥미를 갖고 읽었지만, 두꺼운 분량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임상심리학적 사례들을 계속 읽는 것은 너무나도 불편한 일이었다. 어렵게 어렵게 꾸역꾸역 읽어내기는 했으나, 뒤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져서 힘든 책이었다.

 

지금 읽고 있는 [동물 해방]도 거의 비슷한 패턴이다. 머리 속에서는 이렇게 딱딱하고 어렵고 재미없는 책 말고 저기 책장 한 켠에서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재미있고 말랑말랑한 책들을 읽으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자꾸만 그 유혹에 넘어가고 싶은 맘이 든다. 모르겠다. 일단 손에 붙들었을 때, 읽지 못하면 다시 언제 또 들춰보게 될지 기약할 수 없으므로 가능하면 어렵더라도 끝을 보고 싶다.

 

하지만 저기서 한쪽 구석에서 나를 부르고 있는 [서서비행],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 등 이번에 주문한 책들로 자꾸 눈길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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