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빈의 술잔
하성란 지음 / 문학동네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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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 씨의 첫 신춘문예 당선작 '풀' 을 읽으면서 정말 대단한 작가를 만났구나 하고 남몰래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 하성란씨의 단편이 실린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하성란씨의 첫 단편집으로 내가 이 책에 실린 단편들 중 여러편을 이미 곳곳에서 한번쯤은 읽은 후에 사게 되었다.

내가 하성란씨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또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처음 읽었던 두 작품  '풀' 과 '두개의 다우징' 에서 잘 드러나는 현실에 거리두기와 세밀하고 사실적인 묘사 때문이다. 등장인물에 적절한 거리를 두고 있기때문에 우리는 더더욱 등장인물의 심리상태와 감정에 빠져들게 되고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듯, 세세한 부분까지 정밀하게 묘사된 배경과 모습과 행동들은 이전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이후 서점에서 우연히라도 하성란이란 이름이 보이면 아무리 바빠도 꼭 찾아서 읽게되고 만약 내가 아직 못읽은 작품이라면 아무런 주저없이 사게되었다.

이 소설집은 작가의 첫 단편집인 만큼 신선하고 풋풋한 느낌이 든다. 특히 내게는 작가가 지금까지 출간한 세 권의 단편집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웠던 책이었다.

특히 '루빈의 술잔'에 나타나는 작가의 묘사력은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랄 만큼 대단했다. 당시까지 나는 그정도의 묘사를 해내는 작가를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시선이 가는 방향으로 사소한 부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독자에게 그대로 보여주는 시각적인 배경, 인물, 행동 묘사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성란씨의 소설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가는데, 요즘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가끔 예전 분위기가 그리울 때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더 소중하고 좋은 책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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