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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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공중그네>로 나오키 상을 받은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이다.

이 책은 나온지 얼마 안되었을 때 아내가 구입했다. 구입 이유는 '자기랑 똑같은 인물이 나온데~!'였다. 아내는 며칠동안 틈틈히 읽었다. 혼자 낄낄대다가 나를 불러 내가 평소 하는 말과 똑같은 말을 한다며 신기해하고 재밌어하며 그렇게 읽었다. 나는 사실 웬지 모를 거부감에 읽지 않으려했지만 아내가 계속 몇몇 장면들을 읽어주거나 보여주는 통에 그냥 처음부터 읽어버렸다.

최근에 라제폰을 보다가 '니라이카나이' 섬에 대해 궁금해서 찾아보던 중, 이 작품에 나왔던 그 전설의 섬은 이름이 뭐였던가 찾아보느라 다시 들춰보게 되었다. '파이파티로마' 였다. 그래 '니라이카나이'는 아니었지. 들춰본 김에 다시 한번 더 읽었다. 어째 두번째 보는거라 처음보다는 그닥 재미를 못 느꼈다. 덕분에 처음엔 흥미위주로 읽느라 놓쳤던 몇몇 단점들이 더 눈에 띄였다. 그래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가와 일본이라는 나라. 이런 작품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다니. 만약 우리나라의 어느 작가가 이런 글을 썼다면 과연 잘 팔렸을까? 나는 절대 아닐거라고 확신한다.

책은 우선 인상적인 표지 그림으로 독자를 유혹한다. 성질 더러울 것 같은 남자가 똥씹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 아저씨가 우에하라 이치로, 작품의 주인공인 지로의 괴짜 아버지이다. 키가 185센티미터에 거구로 과격한 운동권 출신이고, 경찰과 공무원을 싫어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안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이 작품은 초등학교 6학년인 지로의 눈을 통해 아버지의 평범하지 않은 생활을 보여준다. 지로는 이 아버지 덕에 일찍부터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데 지로가 아버지를 바라보는 시선은 참 난감하다. 아주 세상에서 가장 골칫덩이리처럼 바라보고 있다. 글쎄 사춘기의 소년이라면 당연히 그럴수도 있지만 이 시선이 단지 지로만의 시선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입맛이 좀 씁쓸해진다.

처음 아내가 호들갑을 떨었던 것과는 달리 작품속의 이치로는 그닥 크게 흥미로울 것도 없는 인물이었다. 팬텀기에 불을 붙이려했다는 전력과 쿠바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했고 피델 카스트로와 사진도 찍었다는 내용은 좀 작위적이고, 초반에 나오는 공무원과의 말싸움도 그리 신선하지 못하다. 이치로는 잘못된 제도를 비판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언행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일본이라는 사회에서 아직 남아있는 소위 좌파 운동권을 소재로 가져왔다는 것 뿐이다.

하긴 아내의 입장에선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작품을 대했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지로를 보면서 나중에 그만큼 자란 우리 딸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상상해보았을테니 재미있엇을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도쿄에서 나중에는 오키나와의 남쪽 섬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나오키 상>을 수상했던 작가이니만큼 글은 나무랄 데없이 깔끔하고 훌륭하다. 특히 이국적인 풍경들이 펼쳐지는 후반부의 이야기들은 그곳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욕망을 무럭무럭 자라게 만들어준다.

이치로의 선조라고 믿어지는 아카하치의 이야기도 재밌고, 꿈의 섬이라는 파이파로티마에 대한 내용도 무척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그 남쪽 섬 사람들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은 참 정겹고 멋지게 느껴졌다. 나도 우에하라 가족처럼 함께 이 따뜻한 남쪽 섬에 갈 수 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행복한 상상에 빠져보지만 정신이 들고나면 답답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이 작품은 성장소설이다. 지로가 가족들과 함께 여러 경험을 겪으면서 커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재밌고 흥미롭고 성공적이라고 평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치로라는 인물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물론 그래서 더 재밌고 인기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게다가 운동이 실패한 일본이기에 그런지는 모르지만 이치로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무척 거슬린다. 작가가 이치로라는 인물을 통해서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재미로 읽는다면 좋은 책이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것저것 걸리는 점이 참 많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거나 나도 이치로의 가족들처럼 남쪽 섬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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