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이 필요없는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유명한 작품이다. 원제는 <Ten little Indians>였으나, 나중에 미국에서 출판될 때 <And then there were none>로 나왔다고 한다. 확실히 <열 개의 인디언 인형> 보다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쪽이 훨씬 인상적인 제목인 것 같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밀실살인(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인, 클로즈드 서클 Closed Circle)이다. 알려진대로 영화 <아이덴티티>에서 이 점을 차용해왔다. 그렇다고는 해도 영화 <아이덴티티> 랑 이 작품은 전혀 비교할 수 없을 듯 하다. 이 작품은 마지막 부분에서 우연히 발견된 편지로 인해 모든 살인이 설명이 되지만, 내 기억에 영화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니 정말 그냥 모티브만 빌려왔을 뿐인것이다.
인디언 섬에 모여든 10명. 서로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8명의 손님과 하인부부. 이들은 섬에 갖힌채, '열 명의 인디언 소년'이라는 노래에 맞춰 한명씩 차례대로 살해당한다. 누가 범인인지 도저히 짐작도 할 수 없는 가운데, 이제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읽으면서 계속 누가 범인일지 추리해내느라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범인을 알 수 없었다. 이쯤되면 좀 화가 날 수 밖에...... 작가 나으리, 최소한의 단서는 주면서 글을 써야 읽는 사람도 재미를 느낄 거 아닙니까?
그런데 살인의 진실이 밝혀지고 보니, 힌트는 주어져 있었다. 다만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처음 손님들이 모여들 때의 장면은 고쳐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이대로는 아무리해도 알아 낼 수 없지 않은가?
그래도 역시 아가사 크리스티의 명성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작품은 군더더기 하나 없이 매끈하게 잘 빠진 스포츠카이다. 복잡한 묘사와 세세한 설정따윈 생략하고 그대로 앞으로 달려나간다. 그 흡인력이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도저히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서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다 읽어 버렸다.
다 읽고 나서는 대단하다는 생각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대단하다! 아가사 크리스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