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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1
강도영 지음 / 문학세계사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강풀이라는 작가가 있다는 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오랫동안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은 적은 없었다. 나와는 별로 인연이 없던 그의 작품을 처음 보게 된 건 아내덕분이었다. 한창 연애하던 시절에 그녀는 가끔 컴퓨터로 강풀의 '순정만화'를 보곤했다. 주로 내가 이런저런 소설류를 읽고 있는 동안 옆에서 키득키득 웃으며 재밌게 보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다. 내가 어깨너머로 슬쩍 살펴보니 그림도 그닥 내 취향이 아닌데다가 얼핏보아서는 별로 재미도 없어보여서 나는 이내 관심을 끊고 원래 읽고있던 책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런 내가 강풀의 작품을 처음으로 제대로 읽게 된 것이 바로 이 '26년'이다. 작품에 대한 소개는 아마 별로 필요가 없을 것이지만 그래도 가장 간략하게 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성만 말해도 누구나 다 아는 독재자에 의해 광주에서 일어난 잔혹한 학살극. 그로부터 26년이 지난 시점. 그 무고한 죽음들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독재자를 죽이기 위한 시도가 벌어지는데......
'순정만화' 같은 만화만 그리는 줄 알았던 사람이 이렇게 진지한 작품을 그릴 줄 몰랐던 나는 우연히 누군가가 쓴 글을 읽고 이 작품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마침 일이 없어 좀 한가한 시절 사무실에 앉아서 인터넷으로 이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 낮에 틈틈히 바쁜일이 없는 동안 읽었는데, 이틀이 걸려서 다 읽게 되었다. 연재가 막 끝난 시점이었다.
읽는 내내 재미있고 흥미로웠으며, 마지막으로 갈수록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장감 때문에 화장실이 급해져도 참고 다음페이지를 클릭하게 되었다. 마지막 결말은 조금 아쉬웠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작가가 그릴 수 있는 최선의 결말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뭐 흠잡으려들면 끝도 없다. 좋았던 만큼 여러모로 아쉬운 점도 많은 작품이긴 하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이 작품은 그 존재 차체만으로 대단한 작품인 것이다. 강풀이라는 인기 작가가 이런 주제로 만화를 그릴 수 있다는 점에 감탄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이 만화가 책으로 엮여 나왔을 때, 나는 또한번 박수를 보냈다. 온라인에서만 볼수있는 만화였을때랑은 또다른 상황이 된 것이다.
나는 그저 한명이라도 더 많은 이가 이 만화를 읽기를 바란다. 다 읽고나서 남다른 역사의식이나 뭐 그런걸 가지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재밌게 이 책을 읽는 이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교과서에 짧게 나오는 말 몇마디로 그 시대를 살지 않은 사람이 그 사건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소설이나 영화나 만화로 접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다. 이 만화는 그래서 존재 자체로 미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작년에 개봉한 '화려한 휴가'도 많은 관객들이 보았다고 들었다. 이 작품도 영화로 만들어질 계획이 있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다. 만화도 영화도 많은 인기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