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아야 할 날
잊지 못할 것 같은 날

1980년 5월 18일 광주를 잊지 말아야 한다. 4월 3일을, 4월 16일을, 4월 19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 동네 합창단 6주년 기념 공연에서 광주에 대한 웅장한 곡이 나왔다. 합창단과 정가악단의 콜라보. 곡을 듣는 동안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 감정이 솟구쳤다. 앞서 합창단이 어머니에 대한 노래를 불렀을 때도 그랬다. 그 노래를 부를 때는 합창단 여성 분들 중에도 눈물을 훔치는 분들이 많았다. 대부분 50대 중후반이거나 60대 초반인 분들.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감정이 북받쳤을 것이다. 한 분은 계속 우느라 노래를 잘 못하는 듯 보였는데, 옆에 계신 분이 손을 잡아주자 조금 진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합창단에 들어오라는 제안을 여러 번 받았다. 친한 형들이 많아서 나도 가볼까 하는 생각을 몇 번 했다. 한 번은 라이브 카페에서 한 팝송과 가요를 3곡 정도 불러 비공식 오디션 같은 것도 봤는데, 합격 통보도 받았다. 하지만 가고 싶어도 꾸분히 연습에 참가할 자신이 없었다. 저녁에도 회의가 자주 생기고, 특히 공식 연습이 있는 월요일엔 중요한 회의가 많았다.

옷을 맞춰 입고 멋진 화음을 들려주는 형들을 보며 이 사람들은 나와 완전 다른 삶을 사는구나 싶었다. 저런 멋진 무대를 소화해낸 성취감을 가진다면 얼마나 졸을까? 상상할 수 없었다. 아주 오래전 대학시절 노래패에서 처음으로 공연했을 때 너무 떨려서 실수했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에 섰던 30여 명 중에 아는 얼굴들을 찾아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

광주의 진실에 대한 증언이 차례로 나오고 있다. 전재산이 26만원 밖에 없다는 학살자가 국민 세금으로 경호를 받으며 잘 먹고 잘 살다가 죽는 꼴은 보지 말아야 할텐데. 꼭 사형대에 세워 억울하게 희생당한 수많은 민중들의 넋을 위해 아주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도록 해야할텐데

언젠가 천안함의 진실도, 세월호의 진실도 다 밝혀질 날이 오기를.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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