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가끔 주말에 잠을 몰아서 자고 나면 일요일 밤에 쉬 잠들지 못한다. 주말에 아이들이 오니 한동안은 좀 피곤해도 참고 애들이랑 놀러 다녔는데, 요 몇 주는 정말 너무너무 피곤해 낮잠을 잘 수 밖에 없었다. 이젠 정말 늙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날들.

암튼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을 꼼짝 않고 집에서 애들과 뒹굴거렸다. 물론 그 와중에 큰 아이는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며 낮에 나갔지만, 작은 아이는 쭉 나와 함께 집에 있었다.

특히 일요일은 아이와 잠시 놀다가 마치 기절하듯이 잠들기를 여러차례. 늦은 오후에나 온전히 잠에서 깨어, 작은 아이를 데리러 온 애들엄마에게 아이를 보냈다.

그 이후로도 한동안 누워서 폰으로 SNS를 보거나, 잠시 책을 뒤적였는데, 일찍 자려고 초저녁에 불을 끄고 잠들었다가, 자정이 막 지났을 무렵 깨버렸다. 그때부터 자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다시 잠들지 못했다. 게다가 그 밤에 배가 고파졌다. 있던 음식은 주말동안 애들과 다 먹어치우고, 남은 건 라면 밖에 없는데, 그 새벽에 배가 고프면 어쩌란 말이냐?

결국 이불을 뒤집어쓰고, 베개를 얼굴 위에 놓고 억지로 잠을 청하기를 2시간쯤 되어 도저히 못 참고 일어나 라면을 끓였다. 라면에 소주를 마시면 잠이 오려나 생각했는데 집에 술이 없었다. 항상 하는 후회를 또 해본다. 왜 미리 술을 사두지 않았던가? 그리고 또 같은 변명을 반복한다. 술을 사두면 항상 바로 먹어 치워버려서 미리 사둘 수가 없었잖아.

다행이 음식 할 때 쓰고 남은 소주가 한잔 반 가량 남아있었다. 그걸 먹어봐야 아무 소용도 없을 걸 알았지만, 그래서 꽤 고민했지만, 라면을 다 끓이고 결국 조금 남은 소주를 잔에 따랐다.

이불을 박차고 일어날 때는 라면 먹고 잠시 소화시키고 잘 생각이었지만, 라면 먹으며 노트북을 켜고 뭔가 찾아보기 시작했던게, 라면을 벌써 다 먹고도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뒤늦게 상을 치우고도 잠은 오지 않았고, 이런저런 잡 생각에 술 생각만 더 간절해졌다. 그 한 잔 반을 먹지 말았어야 했는데.

결국 해뜰 무렵까지 뜬 눈으로 지내다가 이제와선 잠들면 오히려 큰 일이라 아예 영화를 하나 틀었다. 영화에선 등장인물들이 자꾸 뭘 먹고 마셔서 더욱 술 생각이 간절해지게 만들었지만, 어차피 아침이 가까워지는 시간이라 유혹을 떨치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아침을 맞아 씻고 집을 나섰다. 근데 생각보다 머리는 맑다. 몸은 피곤하지만 머리는 맑은 아침이다.

노래(플레이리스트를 바꿔야해)

아침에 회의를 위해 버스로 이동하면서 늘 그렇듯 노래를 들었다. 문득 나오는 노래들이 죄다 처지고 슬픈 노래 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상쾌한 아침을 맞아 신나고 활기찬 노래를 듣도 싶었는데, 리스트를 쭈욱 내려봐도 그런 노래가 없다. 지지리도 궁상맞은 노래들. 나중에 시간 되면 꼭 플레이리스트를 바꿔야겠다.

이상 아침 출근길과 회의를 위해 오가면서 느낀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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