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사람을 빤히 쳐다보니?

버릇이에요. 별뜻없이 그냥 그렇게 되더라고요.

상대 눈만 죽어라고 쳐다보는 거 잘 안 고쳐지는 버릇인데, 오늘은 H와 대화하면서 한 번도 눈을 못 쳐다봤다.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는데 목소리는 어찌나 떨리던지... 제대로 말을 내뱉기는 한 건지 모르겠다. 같은 말만 반복하는데 왜 자꾸 말을 하게 하는지 왜 그렇게 묻고 또 묻는지... 도와달라고 손 내민 건 난데 뻔뻔하게도 H를 많이 미워하고 서운해하고 그랬다. 조금만 더 말하면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은데, 한마디만 더 하면 추접한 꼴보일까봐 꾸욱 참고 또 참고 있는데 자꾸만 말을 하게 해서.

그때 내 시선은 가라타니 고진의 일본 근대 문학의 기원에 맞춰져 있었다.  

처음으로 굽히고 들어가서 도움을 요청한 날. 자존심이 상해서, 화가 나고 억울해서 화장실에서 한참을 서럽게 운 날. 바깥에서 기웃거리는 H를 의식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씩씩하게 웃으면서 나온 날. 덜 울었는지 집으로 오는 내내 양손 번갈아가면서 눈물 닦아낸 날. 너무 힘든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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