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신문사에서 문학 학술 공모를 한다길래 예전에 썼던 글 세 편 골라서 낸다. 고치지도 않고 그대로 내려 했는데 엉망일 게 뻔한지라 많이 찔려서 좀 그랬다. 과사무실에 들러 조교 선생님께 쓴 글을 봐달라고 한다. 선배 셋, 동기 하나와 인문대 앞에서 노닥댄다. 과사무실에 가보니 출력한 용지 위로 붉은 펜이 주욱- 그어져 있고 뭐라 뭐라 적혀있다. 비문과 어색하고 작위적인 표현 그리고 상투적인 표현 등 등. 내용을 손 대면 다시 글 쓰는 것과 같아서 문장만 손봐서 다시 출력한다. 우리 과 선생님 한 분(아니면 두 세분?)도 심사 위원을 한다길래 그분들께 나 열심히 살고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다. 요즘 들어 더욱이나 더 선생님들을 대하기가 어렵기만 해서 이를 계기로 주위를 서성여대면서 좋은 말이나 들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낼까 말까를 고민하는 나는 자신감은 현격히 줄어들었다. 글은 고칠 수록 좋아진다는데 자기가 쓴 글을 다시 읽는 것이 곤욕스럽기만 하다. 스스로 바보같기만 하고 창피해서. 그냥 휙 신문사에 던져두고 오려는 데 신문사 편집장인 친구의 친구가 있다. 그 녀석한테 어학연구니 뭐니 하는 얘기를 한참이나 듣다가, 나는 무심한 척 학생들은 글 많이 내냐고 물어본다. 녀석은 이번에 학우들이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한다. 문의전화가 꽤나 온다고. 4학년들이 졸업논문을 많이들 여기에다 내기도 한다고. 하긴 학교 졸업하기 전에 한 번은 이런 데 목매보는 것도 괜찮을 성 싶다. 나처럼 소박한 바람이나 가진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나희덕 선생님이 그랬다지 않은가. 대학 다닐 적, 자신이 절망하고 있을 어느 시기에 시를 써댔고 그 시를 버렸는데 하필 신문사에 버렸다고. 그래서 신문에 자신의 시가 실리고 이를 계기로 시를 더 쓰기 시작했다고. 사람 마음 요상도 하여서 소박한 마음에 욕심이 생긴다. 엉터리일 내 글을 생각하면 기가 죽어야 마땅하지만 그래도 이왕 낸 거 어찌 가작이라도 안 될까 하고. 나도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신문 지면을 통해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난 왜 이런 게 탐이 날까. 교지편집위원회 활동을 할 때, 교지를 만들고 나서 그 뒤에 편집 후기 쓰는 걸 너무도 좋아한 걸 보면 이전과 다른 게 없긴 하다. 난 여전한가 보다. 그나저나 교편위 사람들은 지금쯤 참 바쁘겠다.내가 빠져있은 그곳, 여전이 훈훈한 정이 가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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