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에 학교에서 MBTI를 받아 봤다. 교양으로 심리학의 이해를 듣는 친구가 조별과제로 내야하는 거라고 했고 난 재밌겠다면서 같이 갔었다. 나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더 잘 어울리는 말들을 찾아서 체크하는 식이다. 가령 나는 주관적인가, 객관적인가, 하는 것들. 그걸 하면서 능글능글 맞은 근로학생 때문에 많이 웃었고,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는 우리의 태도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있다면서 친구는 발끈한 체였다. 나야 뭐 이런 거 한다는 거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면서도 가끔씩 의외의 모습에 헷갈려하는 실체를 밝힐 수 있을까해서 말이다.

두둥뚜둥! 결과! 나는 16가지 유형 중에 ENTP형이란다. 외향과 내향 중 외향적이며, 감각과 직관 중 직관적이며, 사고적과 감정적 중 사고적이며, 판단적과 인식적 중 인식적이다. ENTP유형에 따른 대표적인 표현이란 이런 거란다. 진취적인, 독립적인, 솔직한 전략적인, 창의적인, 융통성 있는, 도전적인, 분석적인, 영리한, 자원이 풍부한, 의심스러운, 이론적인.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된 걸 보면 이렇게 돼 있었다.  '민첩하고 독창적이며 안목이 넓으며 다방면에 관심과 재능이 많다. 독창적이고 창의력이 풍부하며 넓은 안목을 갖고 있으며 다방면에 재능이 많다. 풍부한 상상력과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솔선력이 강하며 논리적이다. 새로운 문제나 복잡한 문제에 해결 능력이 뛰어나며 사람들의 동향에 대해 기민하고 박식하다. 그러나 일상적이고 세부적인 일은 경시하고 태만하기 쉽다. 즉, 새로운 도전이 없는 일에는 흥미가 없으나 관심을 갖고 있는 일에는 대단한 수행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발명가, 과학자, 문제 해결사, 저널리스트, 마케팅, 컴퓨터 분석 등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 때로 경쟁적이며 현실보다는 이론에 더 밝은 편이다.'

아, 그렇구나, 하고 수긍하려고 하는데ㅡ다 좋은 말이어서ㅡ 과학자나 컴퓨터 분석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말에 탁 걸린다. 그런데는 소질이 관심도 없어서 말이다. 내가 일상적인 일을 못 견뎌하는 건 정말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는 몇날 며칠이고 밤을 샐 수 있겠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쉽게 피로해지고 지루해하고 의욕 없다.

근데 사람 마음이 참 이상하다. 이런 결과가 나오니까 내 생활의 많은 부분을 여기에 끼워 맞추는 듯하다. 내가 체크한 항목이 모이고 모여서 나온 결과임에도 여기에 대한 인식이 덜 하다. 다만, 점쟁이에게 점을 치면서 맞는 말이다며 용하다고 계속 무릎을 쳐대는 꼴이다. 왜 이런 거지? 아마 피곤한가 보다. 사람이 어느 쪽의 모습만을 가지고 있을 수 없는 복잡미묘한 존재이고, 여기저기 부딪히면서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런 나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싶어하고 설명해줄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한 거다.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때의 당혹감을 동반한 놀라움을 어떻게든 피하고 싶어서 명확히 나는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싶어하는. 내가 지금 그러고 있는 거지, 뭐. 바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