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고 있는 거니? 너의 소식이 몹시나도 궁금하다... 몸은 건강한 건지... 학교는 잘 다니고 있는 건지...밥은 잘 먹는 건지...

네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단다... 친구로서 배신감만을 남기로 훌쩍 이 곳으로 떠나온 나...

네게 정말 미안한 마음때문에 메일 보내는 것도 정말 조심스러웠단다...

난 아직도 어두운 길에서 나의 갈 길을 몰라 자꾸만...자꾸만...넘어지고 있단다...

요즘들어 계속 생각하는 건...

내가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 했었던가? 그래...난 항상 방향만을 추구해 왔던거야....그래서...계속 시간만 흘려보냈던거지... 미련스럽게도...방향 못지 않게 속도도 중요하단 사실을 난...이제서야 깨달아버렸던거야... 지난 1년이...2년이...내게 중요한 시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하면 할수록...

난 이곳에서 많이 보고 느끼고 배우면서..방향잡는 법을 배우고 있단다...

나의 헛된 망상과 허상이 방향의 중심을 이끌고 있었던 터라..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꾸 어긋난 길로만 가게되고...속도는 느려지고...난 지쳐가고...

이젠 순수한 마음으로...가식의 탈을 벗고...한 걸음 한 걸을 나아가기로 했단다... 비록 허무하게 시간은 흘러가 버렸고...그로 인해...내 몸과 마음은 흐트러졌지만...이 일을 계기로 내 새로운 인생을 살련다...

Y야...네가 많이 그립고..그립단다...너의 귀여운 웃음과....잠을 무척이나 좋아하던...그리고... 모든게 그립단다...

정말 보고싶구나...한국에 돌아가면...

나의 친구...널 힘들게 한 내가..감히 널 친구라고 불러도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넌 나의 하나뿐인..진정한 나의 벗이였어... 너의 모든 계획과 다짐들이 모두 이루어지길 바라며...

이스라엘 키부츠 야헬에서...

 

이스라엘로 갑작스럽게 떠났던 내 친구. 그 친구가 두 번째로 메일을 보내왔다. 줄곧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상심한 마음을 숨기고 있었던 나는 괴로웠다. 순간 순간 미워한다고 내뱉고 자주 보고도 싶어서 서러운 눈물을 꽤나 쏟았었다. 그랬음에도 친구가 이스라엘에서 처음으로 보낸 첫번 째 메일을 읽고서 답신을 하지 못한 건 나의 모난 성격 탓이었다. 괜찮다는 척을 하려면 시종일관 그래야할 테지만 변덕이 죽끓 듯 나의 태도는 뭔가에 휘둘려있었다. 그래서 친구한테 이런 상처를 줬던 걸까? 녀석이 떠날 때 나한테 미안해하는 거 모르지 않는데 왜 눈물이라도 철철 흘리면서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따지고 있는 듯한 나의 태도. 나는 그즈음 다른 친구들에게 이 친구 소식을 전하면서 배신감 느껴진다고 말했었다. 분명 배신감이라고 또박또박.  

아마 그때부터였겠다. 눈물겹도록 보고 싶은데도 그렇지 않다고, 미운 마음은 친구가 떠난다는 소식을 들은 바로 얼마 후에 사그라들었는데도 여전히 밉다고. 속으로 끊임없이 말했다. '니가 미워.'  '니가 보고 싶지 않아.' 어쩌면 그 친구가 이스라엘에 머물기로한 육개월의 시간을 견뎌내는, 견뎌낼 나의 방법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볼썽사나운 명백히 못난 그 방법을 거둬들인다.

나도 네게 미안했다고 그리고 많이 그립다고 여전히 사랑한다고 말한다. 길고 긴 메일 속에 친구의 안부와 일상과 생활을 묻고 나의 일상과 나의 생활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같이 겪었던 수많은 추억을 끄집어내고, 또 이따금씩 방향을 못 잡아  헷갈리고 혼란스러운 우리의 이때에 대해서도. 그동안 마음이 없었음을 인정한다. 그동안. 그토록 절실하면서도 그러면 하루 하루가 힘들까봐 왜곡하고 부정해오던 진실. 나는 정말 마음을 잃고 살았던 거다. 이제 그 마음을 되찾음과 동시에 친구에게 거리를 좁히며 거침없이 다가간다. 사랑하는 내 친구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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