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정거장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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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린의 이번 작품집을 읽고 나서 강렬하고 눈부신 태양빛이 연상되었다. 감정의 파란이 마구 생기는. 단호하고 예리해서 받아들이기가 다소 부담스럽지만 이는 전경린만이 가진 매력이라 할만하다. 자신을 타인과 구별 짓게 만드는 고유성이 바로 전경린에게는 매섭게 돌진해나가는 그 추진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때로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게 관습화된 폭력을 묵인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를 가슴 뜨끔하게 제시한다.

이 세상을 지배하는 질서와 관념에 대한 전복의지는 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사회규범이나 질서 안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우리네의 삶에서 <낙원빌라>에서의 성폭행안 남성에 대한 휘양의 복수가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이유일 것이다. 기존의 관습화되고 견고한 체제의 전복을 시도한다고 할만한 휘양의 복수가 내면에 잠복해 있는 욕망을 일탈을 통해 충실히 따르기 때문이다. 하여, 아무도 그녀를 비난할 수 없다.

이는 무모해 보이지만 실은 은밀하게 감춰진 인간의 가장 솔직한 본능이란 내면을 공감할 수 있게끔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단순히 인물의 행동뿐만 아니라 그 인물의 내면풍경도 자극적이다. 전경린, 그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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