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위하여 - 2001 제1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박완서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9월
평점 :
품절


사실, 어떠 어떠한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하면 으레 관심의 대상이 된다. 문학평론가들의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관점으로 비평하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라 수긍이 되고 납득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같은 작품을 읽고서 반응이 각기 다를 수도 있지만 그 느낌을 어떻게 나타내느냐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인 비평가들이 자신의 삶에서 이뤄놓은 지식이든 감정따위에 근거해 아주 논리적으로 평하면 그럴듯해보인다.

어쩔 땐 내가 읽은 작품이 아주 보잘 것 없다고 느꼈더라도 전문가들이 대단하다 말하면 그렇게 끌려가기까지 한다. 아주 언짢은 일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작가들이 그들 삶의 깊이로 작품을 쓰듯, 문학평론가들 역시 그들 삶의 깊이로 작품을 평한다고 하니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할 것이다. 다만 독서 후 내 감정, 내 느낌을 다른 사람들에 휩쓸리지 않고 말로써, 글로써 잘 표현할 수 있게 훈련을 해야 하겠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읽는 것은 너무나 즐거운 일이다. 게다가 힘들여 찾지 않고서 좋은 작품을 읽는 것은 생각만큼이나 유쾌한 일이다. 가끔 이름에 걸맞지 않은 문학상 수상작에 실망할 때도 있지만, 문학상 수상작을 읽는 것은 유익한 시간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익히 들어보았지만 작품은 읽어본 일이 드문 내게-한 작가의 여러 작품을 먼저 섭렬하는지라 여러 작가의 작품 읽기에 속도가 느리므로-다양한 작가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기에.

'2001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박완서의 '그리움을 위하여', 김원일의 '나는 두려워요', 성석제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최일남의 '명필 한덕봉'이 특히 좋았다. 좋았다는 단순하고 평범한 말로 표현하기에 미안할 정도로 좋았다. 박완서의 작품이나 최일남, 성석제의 작품은 처음 접하기 때문에 더욱 새롭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다음 이들 작가의 작품을 찬찬히 읽어보고 싶다. 다른 작품 감상은 다음에 미루고 박완서의 '그리움을 위하여'와 김원일의 '나는 두려워요'에 대한 감상을 말하고자 한다.

박완서의 '그리움을 위하여'을 읽으면서 사람들이 왜 박완서의 작품을 읽는지 알았다. 엄청나게 사회적이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게 아니라 사소하고 그래서 하찮게 보았을지도 모른 그런 일상생활의 일들을 통해 다른 의미로 해석하게끔 해준다. 쉽게 술술 읽히는 것도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되지 않게 단 한줄로 줄거리를 말하면'항상 베푸는 입장이라는 우월감'을 가지고 있어 동생에게 은연중이든 어떻든 '상전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순전히 동생의 사소하지만 의미있는 행복을 바란다는 내용이다. 그릴 것이 없어 메마른 가슴으로 살아왔던 삶에서 그동안 잊고 살았던 그리움이란 감정을 채워가겠다고 '나'는 말한다. 그리움을 잊고 메마른 가슴으로 살아온 이는 비단 부유하게 살아온 '나'뿐만 아니라 우리 현대인의 얘기가 아닐까.

김원일의 '나는 두려워요'는 주님의 이름 아래 평생을 성실하고 진실하게 봉사와 헌신으로 살아온 '윤 선생'이지만 죽음을 앞에 두고 주님께 자신이 살아오면서 마음에 걸렸던 일들을 고해하면서 주님을 만나기가 두렵다는 말을 한다. 생을 타인을 위한 봉사와 헌신으로 살아온 이도 자신의 결함을 생각하면서 완전무결한주님께 다가가기가 두렵다고 말하는 데서 나는 가슴이 마구 뛰었다. 부끄러웠고 부끄러웠고 부끄러웠다. 지금부터 나는 두렵기로 한다. 나 자신에게, 타인에게, 사회에. 감히 송구스러워하면서 진실하고 또 진실하게 살고 싶다. 또한 이 작품에서 여실히 보여지는 건 '윤 선생' 한 개인의 삶은 우리 사회의 질곡도 잘 드러내준다.

여러 작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누구나 다 하는 얘기만 덧붙여 놓은 것만 같다. 내가 한 말들은 마뜩잖지만 '2001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충분히 읽어볼만한 재미와 감동을 갖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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