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나이제이션
김덕호.원용진 엮음 / 푸른역사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버락 오바마에 관한 책들이 봇물 만난 듯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담대한 희망〉, 〈오바마 이야기〉, 〈오바마 시대의 세계를 움직이는 10대 파워〉, 〈검은 케네디 오바마의 리더십 10계명〉, 〈오바마 로믹스 : 오바마 정부하의 세계경제 전망〉 등 자서전에서부터 정치·경제 전망서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미국 경제의 쇠락과 세계경제의 동반 침체라는 외적 상황과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그의 이력이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바뀌는 해마다 우리는 미국에 대한 관심을 감추지 않습니다. 새 대통령의 정책이 무엇이며, 그가 북한과 어떤 관계를 맺게될 것인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관해 하마평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렇게 한 두 달 우리는 어느 누구보다 미국에 대해 잘 안양 어깨를 으쓱거립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입니다.

 

문제가 터지면 그제야 부리나케 몰려들어 일제히 의견을 쏟아내는 걸 두고 전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런 의견들이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착근하려면 좀 진득한 면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의견을 추동한 대상에 대해 좀 살펴보고 따져보는 노력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특히 미국에 관한 한 늘 입버릇처럼 말해왔듯이 미국이 영원한 우방이고 그렇듯 애정 깊은 속내를 다방면에 드러내놓았다면 그에 대해 속속들이 알려는 노력은 일반인이 애인을 속속들이 알려고 하는 마음처럼 당연하고 따뜻한 감정일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미국 알기'이자 '미국 바로 알기'입니다.

 

'미국 바로 알기'에 적색을 덧칠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정당한 연구나 정당한 비판은 설자리를 잃게 됩니다. 최근 문근영의 선행에 대한 사회의 반응이 화제를 몰고 왔습니다. 문근영의 기부를, 좌익이 선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떠드는 사람을 용인하는 사회는 민주적인 사회입니다. 반대편에서 그를 향해 꾸짖는 사람을 용인하는 사회 또한 민주적입니다. 아직 우리 사회는 전자가 세력을 얻는 사회인 것 같습니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이 전혀 먹혀들지 않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보고 전 얼굴색을 바로 할 수 없었습니다. 미국 바로 알기도 같은 색으로 덧칠하려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 때문에 미국 바로 알기를 소리 높여 주장하는 데 제약을 받는 사회에 무슨 건전한 이상과 사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습니다.

 

이 책, 〈아메리카나이제이션〉은 '미국은 우리에게 과연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기획된 책입니다. 학술대회를 대비해 저술된 탓으로 읽어내기가 수월하지는 않지만 이 책은 미국이 우리의 근현대사에 미친 영향을 문화, 예술, 사회, 정치, 언론, 종교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살펴본 데 의의가 있습니다. 저자들이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이 '관련 언설은 넘치지만 체계적 연구는 부족했던 미국화 연구의 첫발'을 내디딜 전망입니다. 물론 이 책 외에도 미국에 관한 다양한 책들이 있습니다. 제 기억에 2000년에 출간된 강치원의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가 미국 바로 알기의 서막을 알리는 저작이 된 듯합니다만, 학술적 측면에서 미국 바로 알기를 선언한 책은 이 책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작은 언제나 서툴기 마련입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도록 내용을 평이하게 하고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이해하기 쉽게 다듬는 일, 개론과 각론으로 구별해 상세하게 다룰 것은 따로 책을 기획하는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알려야겠다는 의욕이 앞서 너무 많은 분야를 담아내다 보니 다소 산만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우리 근현대사에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자리한 미국화(Americanization)의 현상과 본질을 구체적으로 캐내고 있다는 점에서 위에 말한 아쉬움을 상쇄하고 남을 만큼의 미덕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책을 시발로 보다 많은 연구자들이 등장하고 또한 보다 많은 독자들이 협력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미국화의 어두운 측면을 이물 없이 논의하고 걷어내는 데 박차를 가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더불어 사상이 자유롭게 유통되는 사회를 기대합니다. 끝으로 저자들이 규정한 미국화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미국화(Americanization)란 20세기 초반 미국의 다양한 제도와 가치가 새로운 자본주의 질서 재편성과 (정보) 커뮤니케이션 혁명을 토대로 세계 각 지역에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지고, 그 결과 수용지역에서 자발적이거나 강요에 의해 그러한 것을 베끼고 따라잡는 현상과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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