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 홍대리 5 - 나는 내가 정말 좋아
홍윤표 지음 / 홍카툰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얼마 안됐을 때다. 동료가 배꼽 잡는 만화가 하나 있는데 어디 한 번 읽어 보려나며 건네 준 책이 있었다. 제대로 배꼽 잡힌 난 그날 이후 이 책의 후속탄을 손꼽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천하무적 홍대리』 시리즈 1, 2, 3.을 필두로 제목을 달리해서 5탄(『나는 내가 정말 좋아』)이 나온 이후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작가 홍운표의 작품은, 기성작가에 비할 때 붓터치가 세밀하지 못하고 스토리의 얼개 또한 엉성한 면이 있었지만 현직 대리라는 강점을 십분활용함으로써 당시로선 성인 만화의 영역을 확장하는 탁월한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성인만화는 속칭 야한 만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고 그런 형식의 만화 외에 다른 어떤 것을 생각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만화 시장는 성인용 만화와 이미 탄탄한 저변을 확보한 비성인용 만화가 양분하고 있었다. 바로 그런 때에 직장 생활을 하며 취미활동으로 만화수업을 받던 직장인이 직장생활을 리얼하게 그려내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것이다.

 

지난 8월 잡코리아가 직장인 701명을 대상으로 '연령대별 스트레스 요인과 해소법'을 설문한 결과, 직장인 스트레스 요인 1위로(복수응답) '상사/부하와의 관계'(39.1%)가 꼽혔다. 이어 '자기 계발'(38.2%)과 '업무 성과'(34.0%)가 30%대의 높은 응답률을 보이며 직장인 스트레스 요인의 '빅3'를 이뤘다. 천하무적 홍대리 시리즈 속의 홍대리 또한 같은 스트레스를 안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하지만 그에겐 남다른 데가 있다.

 

상사 앞에서 면박을 당할 때 속으로 애국가를 부르는 애교 넘치는 스트레스 해소법을 익히고 있는 것. 그것 말고도 다양한 해소법이 등장하는데, 홍대리가 직면한 직장생활이 한눈에 보기에도 우리의 직장생활과 똑같다는 공감에 독자는 그와 자연스럽게 연대감을 형성한다. 그가 상사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에 같이 아파하고 미진한 업무성과에 안타까워한다. 자기 계발을 위해 애쓰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서글픔에 잠시 말을 잊기도 한다.

 

직장은 끊임없이 성과 측정이 이뤄지고 성과에 따른 평가가 주요 관심사로 부상하는 치열한 경쟁의 장이다. 그렇다 보니 상사와 부하는 긴장관계를 유지하지 않을 수 없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스트레스가  상당하리라는 점은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그런 관계를 종식시킬 특단의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스트레스 해소법은 전적으로 개인의 몫으로 남기 마련이다.

 

해소법은 취향에 따라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나타나겠지만 각 사안마다 직접적으로 주먹다짐을 통해 해소할 수 없는 노릇이고 보면 대리만족을 통한 해소법이 적절하고 유용한 수단일 수밖에 없다. 바로 이 부분, 곧 현실적 제약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틈새를 이 책이 유효적절하게 파고들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대리만족을 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다. 바로 그런 특장이 투박한 구성과 밋밋한 붓터치를 충분히 상쇄하고 있다.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저자의 만화가 다시 세상에 나오기를 기대하며 그의 건승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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